저축은행업계, 중앙회장으로 관료 대신 하나저축은행 대표 선택

입력
2022.02.17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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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깨고 저축은행 출신 회장에 당선
역대 세 번째 민간 출신
신임 회장 "예보료 검토시기 맞춰 철저 준비"

제19대 저축은행중앙회장에 오화경 하나저축은행 대표가 당선됐다. 저축은행업계 출신이 중앙회 회장을 맡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저축은행중앙회는 17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회원사 임시 총회를 통해 오 대표를 차기 회장으로 선출했다고 밝혔다. 신임 회장 임기는 이날부터 3년이다. 1960년생인 오 신임 회장은 △HSBC은행 개인금융부 영업총괄본부장 △아주저축은행 대표이사 △아주캐피탈 대표이사 △하나저축은행 대표이사 등을 맡았다.

오 신임 회장은 이날 당선으로 ‘최초 업계 출신 회장’이라는 타이틀도 거머쥐게 됐다. 앞서 곽후섭 10대 회장과 이순우 17대 회장도 민간 출신 회장이었지만, 이들은 저축은행 업계 출신은 아니었다. 나머지 회장은 모두 관 출신이었다.

이번 선거는 오 신임 회장과 이해선 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이 후보로 나와 민-관 출신 대결 구도를 형성했다. 이날 79개 회원사(1사 1표)가 모두 투표에 참여한 가운데, 오 신임 회장은 53표를 얻어 회장직에 당선됐다. 중앙회장은 회원사 과반 참석에 참석사 3분의 2 이상으로부터 표를 얻어야 당선된다.

당초 관료 출신인 이 위원장이 유리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저축은행 업계의 당면과제인 예금보험료(예보료) 인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금융당국에 ‘입김’이 센 관료 출신이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간 관 출신 회장들이 꾸준히 예보료 인하를 추진했음에도 별다른 성과를 못 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이번 선거에서는 업계 사정을 잘 아는 회장을 선출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오 신임 회장도 후보 시절 개인적인 네트워크보다는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집단을 통해 예보료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업계를 설득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저축은행 예보료율은 은행(0.08%), 보험·증권사(0.15%)보다 높은 0.4%다. 2011년 저축은행 부실 사태를 계기로 저축은행 업권의 예보료율이 올랐지만, 업계는 그동안 건전성 지표가 개선됐다며 예보료율을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 신임 회장은 이날 “2023년과 2026년 예보료 검토가 진행되기 때문에 이에 맞춰 업계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할 것”이라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박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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