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의 힘' '창작의 패기' 다채로운 무대 선보이는 연극제들

입력
2022.02.20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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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손숙 등 연극계 거장 참여하는 '늘푸른연극제'
17일간의 창작극 연회 '대한민국연극제 서울대회'

원로 연극인의 힘과 젊은 창작의 패기가 전례 없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얼어붙은 연극계에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 최근 개막한 '늘푸른연극제'와 '대한민국연극제 서울대회'의 이야기다. 색깔은 전혀 다르지만 더 많은 관객에게 연극의 의미와 가치를 알리고 싶은 바람 하나는 똑 닮은 연극제들이다.

이달 17일 막을 올린 '늘푸른연극제'는 연극 관객 저변 확대에 기여하고자 하는 원로 연극인들의 바람으로 시작해 올해 6회째를 맞았다. 개막작 '물리학자들'에 출연한 배우 정욱은 앞서 기자간담회에서 "원로들이 연극을 하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없다. 무대를 사랑해서"라며 연극을 향한 식지 않는 열정을 드러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도 봄이 찾아오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올해 연극제는 '그래도 봄'이라는 주제로 총 네 편의 작품을 선보인다. 동시대적 가치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시간과 사회적 메시지를 건네며 우리 삶 속 연극의 가치를 재조명할 수 있는 작품들이다.

특히 23일부터 27일까지 공연하는 '건널목 삽화'(씨어터 쿰)는 실험적 연극으로 유명한 방태수 연출이 50년 만에 다시 선보이는 작품이다. 1972년 단막으로 공연됐던 것을 장막으로 각색했다. 기차 건널목에서 두 사내가 털어놓는 그늘진 과거 이야기를 중심으로 부조리한 현대사의 모순을 그려냈다. 방태수 연출은 50년 전보다 더 명확한 메시지를 관객에게 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스무 살 연극 데뷔작으로 '건널목 삽화'를 만났던 배우 유진규가 50년 만에 다시 이 무대에 서고, 또 다른 원로 배우 기주봉이 함께한다.

원로 배우 손숙은 연극 '메리 크리스마스, 엄마!'(JTN 아트홀 1관)로 오는 24일부터 관객을 만난다. 독일의 하랄트 뮐러 '고요한 밤'을 원작으로 한 '메리 크리스마스, 엄마!’는 크리스마스 연휴를 앞두고 기대에 부푼 어머니와 다른 목적을 가지고 방문한 아들의 만남을 통해 인간의 연민과 무관심, 자비와 잔인함, 이기심과 사랑의 본질적 가치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작품이다. 공연은 27일까지.

국내 창작극에 활기를 불어넣을 '대한민국연극제'의 예선 격인 서울대회도 이달 16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17일간 대학로 한성아트홀 1관에서 열린다. 지난해 19개 신청 작품 중 희곡 심사를 통해 6편이 선정됐다. 시대의 담론과 근현대를 아우르는 역사의식에 대한 현실을 직시하는 작가의 관점이 담긴 작품들이다. 그중 초연작인 극단 로얄씨어터의 '봄비 온다'(25일)는 실험적 무대 표현 등이 높게 평가됐다. 극단 혈우의 10주년 기념 초연작인 '작가노트, 사라져가는 잔상들'(3월4일)은 현대사의 죄의식을 치밀하게 고민한 점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연극제 이후 한양레퍼토리 씨어터에서도 3월 10일부터 17일까지 공연한다.

나머지 4편은 재연작으로 △서초 공연제작센터의 '봄이 오면 산에 들에', △극단 삼각산의 '금의환향', △극단 단잠의 '여우만담', △극단 명작옥수수밭의 '나쁘지 않은 날'이 선정됐다. 박정의 서울연극협회 회장은 "연극인들의 지속적 창작 활동 덕분에 대한민국연극제 서울대회가 매년 새로운 창작 희곡으로 한국 연극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며 "공연작 6편이 추위에 움츠러들었던 관객의 몸과 마음에 따스함을 불어 넣길 바란다"고 밝혔다.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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