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덕에서 발생한 산불이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건조한 날씨로 바싹 마른 나뭇가지와 잎이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데다, 순간 풍속 초속 12m의 강한 바람이 부는 탓이다. 산림당국은 최고 대응 수준인 3단계를, 소방당국도 전국 동원령을 내렸지만, 산불은 축구장 140개 면적의 산림을 태우고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16일 영덕군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2시 18분쯤 지품면 삼화리 야산에서 전날 발생한 산불이 재발화해 영덕읍 화천리 산림을 태운 뒤 서풍을 타고 동쪽으로 점점 확산하고 있다. 오후 9시 현재 불길은 처음 시작된 삼화리에서 직선으로 6㎞가량 떨어진 화수리 야산까지 번졌다.
산불은 최대 500m 폭으로, 3㎞에 이르는 띠를 이루며 동쪽으로 번지고 있다. 계속된 불로 산림이 타면서 영덕읍 일대는 연기로 뒤덮여 하늘을 제대로 보기 어려울 정도다.
산림청과 경북도 등은 헬기 38대와 산불진화대원 1,200여 명을 동원해 진화 작업에 나섰다. 그러나 해가 질 때까지 완전히 끄지 못해 밤에는 헬기 대신 산림청 공중진화대와 산불특수진화대를 투입해 불을 끄고 있다.
산림청은 이날 오전 8시 25분에 산불 대응 2단계를 발령한 데 이어, 낮 12시 45분 기준으로 산불 대응 3단계로 강화해 발령했다. 3단계는 최고 수준으로 예상 피해가 100㏊ 이상이고 평균 풍속이 초속 7m 이상일 때 발령된다. 관할기관뿐 아니라 인접기관 인력과 장비를 동원해 진화하는 대응 단계다.
소방청도 전국동원령을 내려 대전, 경기, 충북, 충남의 소방 인력과 장비를 투입했다.
그러나 불은 빠르게 번지고 있다. 영덕 지역에는 평균 풍속이 초속 5∼6m, 순간 풍속이 초속 12m로 강한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비가 거의 오지 않아 바싹 마른 나뭇가지와 잎은 거대한 불쏘시개가 되고 있다. 이달 들어 영덕 지역은 강수량이 4.2㎜에 불과할 정도로 건조한 날씨가 이어졌다.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산림피해 면적은 축구장 140개에 달하는 100㏊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영덕군은 산불이 빠르게 확산하자, 스스로 대피하기 어려운 주민과 요양병원 환자 100여 명을 마을회관 등으로 분산 대피시켰다. 화천리, 화수리, 매정리, 오보리, 대탄리, 삼례리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고, 인근 지역에도 안전에 유의해 달라고 재난문자를 보냈다.
산림보호법에 따라 현장에는 통합지휘본부가 설치됐고, 낮 12시 45분 기준으로 통합지휘는 영덕군수에서 경북도지사로 이관됐다. 이에 따라 이철우 지사와 최병암 산림청장이 함께 산불현장을 지휘하고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와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은 관계부처에 "진화 인력과 장비를 최대한 동원해 조속한 진화에 최선을 다하라"고 긴급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