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 말고는 없다" 한계 보이는 엔씨… '신규IP·적극 소통'으로 위기 탈출?

입력
2022.02.1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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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 15일 지난해 실적 발표
영업이익 3,750억 원... 전년 대비 55% 감소

국내 게임업계 간판으로 최근 승승장구해왔던 엔씨소프트의 성장세에 제동이 걸렸다. 신작인 '리니지W'를 비롯한 리니지 시리즈의 매출은 여전히 굳건하지만, 리니지 이외의 흥행작이 전무한 탓이다. 지난해 확률형 아이템 논란으로 그나마 남아있던 게이머들의 신뢰까지 잃으면서, 위기에 처한 엔씨소프트는 신규 지적재산권(IP) 개발과 함께 적극적인 소통으로 이용자 친화적 운영에 나설 방침이지만 여의치 않은 모습이다.

15일 엔씨소프트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2조3,088억 원에, 영업이익은 3,752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4%와 55%씩 줄어든 규모다. 특히 영업이익의 경우엔 1년 만에 반토막나면서 수익성 악화를 부추겼다.

마케팅비와 인건비 등 영업비용의 증가가 실적 부진의 원인이라는 것이 엔씨소프트 측 설명이다. 엔씨소프트에 따르면 지난해 마케팅 비용은 2,826억 원, 인건비는 8,495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22%와 18%씩 상승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연말 출시한 리니지W 이외에 트릭스터M, 블레이드&소울2 등의 신작이 기대에 못 미쳤다. 국내 게이머들의 사랑을 받았던 트릭스터와 블레이드&소울 등 기존 지적재산권(IP)의 장점이었던 개성이 사라진 데다, 리니지식 과금 모델을 차용해 이용자들의 외면만 받았다.

지난해 게임을 비롯한 정보기술(IT) 업계에 불어닥친 연봉 인상 바람도 엔씨소프트 실적에 악재로 작용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개발 직군은 1,300만 원, 비개발 직군은 1,000만 원씩 연봉을 일괄 인상한 바 있다.

벼랑 끝에 몰린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이외의 대규모 신규 IP 개발과 함께 이용자들에게 친근한 접근 방식으로 새로운 성장의 모멘텀을 찾겠다는 계획이다. 엔씨소프트는 전날 유튜브를 통해 개발 중인 신작 5종을 엿볼 수 있는 예고 영상을 공개했다. 8년여 만에 리니지를 제외한 신규 IP 개발을 공식화한 것이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액션 게임으로 추정되는 '프로젝트E', 스토리 중심의 인터랙티브 무비 게임(이용자 선택에 따라 결말이 달라지는 장르) '프로젝트M' 등을 비롯해 그동안 다중접속역할게임(MMORPG) 장르로 일관했던 엔씨소프트에선 찾아볼 수 없었던 작품이다.

엔씨소프트는 또 이전까진 출시 직전에서야 신작 정보를 공개하는 등 이용자들에게 매우 폐쇄적인 태도로 일관해왔다. 하지만 이번처럼 예고영상으로 개발 중인 신작을 공개하면서 향후엔 이용자들에게 더 적극적으로 다가서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올해 출시 예정 신작은 'TL'뿐인 데다, 그 시기도 하반기로 예상돼 15일 종가 기준 51만 원대까지 떨어진 주가 반등의 계기 마련은 쉽지 않은 형편이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이전의 게임 출시 임박해야 정보를 공개하는 방식에서, 조금 더 유저들에게 친근하게 개발 과정을 보여주고 피드백 받는 방식으로 바꾸는 과정에 있다"며 "기존 리니지 외에도 퀄리티 높은 게임들이 개발 단계인 만큼 기대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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