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박모(31)씨는 중고거래를 할 때 꼭 상대방에게 현금을 준비해달라고 부탁한다. 현금이 없는 경우 거래 현장에서 은행 앱 등을 통해 송금받아야 하는데, 모르는 사람에게 계좌번호와 이름을 드러내는 게 불편하기 때문이다. 비대면 택배 거래를 하면 개인정보 공개에 대한 부담은 더 커진다. 박씨는 "익명성을 유지하면서 대금 결제를 안전하게 할 수 있다면 중고거래를 더 많이 이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당근마켓이 이용자 편의와 수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간편결제 서비스를 내놓았다. 외형적 성장을 꾸준히 이뤄온 만큼 이제 본격적으로 내실을 다지겠다는 선언이다.
당근마켓은 '당근페이' 서비스를 전국으로 확대한다고 14일 밝혔다. 별도의 은행·송금 앱을 사용하지 않고도 채팅 중 간편하게 돈을 주고받을 수 있는 당근페이는 중고거래 송금 수수료가 100% 무료다. 당근페이 지갑을 은행계좌와 연동해 최대 50만 원까지 충전해서 이용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제주에서 시범 운영된 당근페이는 단기간 이용률을 끌어올리진 못했지만, 사용자들의 호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제주 지역에서 운영한 3개월간 전체 거래 중 10%가량이 당근페이를 사용한 것으로 분석됐다"며 "한 번 당근페이를 경험한 이용자들의 재사용 비율은 30%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당근페이는 현금 사용이나 개인정보 노출 등 당근마켓 이용자들이 거래 과정에서 느끼던 불편함을 줄여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가짜 결제 페이지를 가장한 외부 링크로 이용자를 유인하는 어뷰징 사기 등을 방지할 수 있게 됐다.
중고거래 송금 과정에는 수수료가 없지만, 함께 시작하는 결제 서비스는 당근마켓의 새로운 수익 모델이 될 전망이다. 당근마켓 내에서 모바일 쿠폰을 선물할 수 있는 '선물하기' 기능이나 장보기·청소·세탁 등 앱에서 연결되는 생활 밀착형 제휴 서비스에서도 당근페이 이용이 가능해지면서 수수료 수입이 생기기 때문이다. 사용처가 늘어날수록 소비자 록인(Lock-in·가두기) 효과가 발생하고, 수익성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당근마켓 측은 "오프라인 결제가 가능한 곳도 점차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근마켓은 2,200만 가입자와 1,600만 명의 월간 실사용자(MAU) 수를 확보하고도 지역 광고를 제외하면 수익모델이 마땅치 않았다. 지난해 1,800억 원 규모의 시리즈D 투자유치에 성공하면서 기업가치는 3조 원 수준의 평가를 받았지만 중고거래에 수수료를 붙이기 어려운 데다 광고도 지역 기반으로 한정돼 적자를 이어왔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외형 성장은 충분히 성공적이었다"며 "관건은 최대한 이용자를 붙잡아두면서 내실을 다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각종 'OO페이'가 범람하는 상황에서 '동네 기반' 당근페이는 확장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의구심도 나온다. 이용자 대부분이 '수수료 없는' 개인 간 거래를 목적으로 앱을 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근페이가 제대로 된 수익모델이 되려면 중고거래 외 서비스 이용 빈도가 높아져야 할 것"이라며 "온라인에서는 네이버·카카오페이가, 오프라인에서는 삼성페이가 시장을 쥐고 있어 점유율 높이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