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후 5개월 방치... 어이없는 행정으로 리듬체조 국가대표 선수 꿈 무너져"

입력
2022.02.11 19:10
장기간 방치에 자비로 전지훈련 떠난 김주원 선수
협회는 "귀국해 선수촌 입촌하지 않으면 자격 박탈 " 공문
세종대 "협회가 선수생명 위협... 국민청원도 고려"

대한체조협회(회장 한성희)의 '갑질' 탓에 리듬체조 국가대표 선수가 국제대회 출전이 좌절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11일 세종대와 대한체조협회 등에 따르면 대한체조협회는 지난해 8월 선발전을 통해 리듬체조 국가대표 선수들을 선발했다. 그러나 협회는 선발 이후 약 5개월간 코치나 감독 등도 선임하지 않고 국가대표인 이들을 방치했다.

문제는 세종대 소속 국가대표 김주원 선수가 2월 18일부터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그랑프리 모스크바 2022' 출전 준비를 위해 지난해 11월 벨라루스로 떠나면서 불거졌다. 협회의 지원이 전무한 상황을 견디다 못 한 김 선수와 소속팀인 세종대가 자비를 부담해 나선 전지훈련이었다.

하지만 협회는 지난해 12월 김 선수에게 진천선수촌 입촌을 통보하며, 지시를 이행하지 않으면 국가대표 자격을 발탁하고 향후 국가대표 선발전 참가를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세종대 측이 이동 후 자가격리 일정 등을 감안했을 때 국제대회 참가를 위해서는 촌외 훈련이 불가피하다고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 선수는 결국 지난달 12일부터 28일까지 2주 남짓한 기간으로 예정된 국내 입촌 훈련을 위해 귀국했다. 하지만 이후 진천선수촌 내부에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확산하면서 입촌 훈련은 무기한 연기됐고, 그랑프리 모스크바 2022 대회 참가도 물 건너갔다.

이에 세종대는 "협회의 불합리하고 무책임한 행정으로 인한 사태"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세종대 측은 보도자료를 내고 "선수를 위해야 할 집단인 협회가 권력을 이용해 오히려 선수생명을 위협하고 있다"며 국민청원도 고려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협회는 "원래 지난해 8월 바로 전임 코치를 뽑아야 했는데, 적임자가 마땅치 않아 지난해 12월에서야 신임 코치가 결정됐다"며 불가피한 상황이었다는 입장이다. 협회 관계자는 "지도자 공석 기간엔 소속팀에서 자체 훈련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은 맞다"면서도 "코치 선임 즉시 훈련 소집이 된다는 건 모든 지도자가 알고 있었던 사실"이라고 밝혔다.

나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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