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LG가인 LS그룹의 초대 회장을 지낸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이 11일 오전 8시쯤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76세.
LS그룹에 따르면, 1946년 경남 진주시에서 출생한 고인은 LG 창업주인 고(故) 구인회 회장의 셋째 동생 고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경기고와 미국 프린스턴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1973년 반도상사(현 LX인터내셔널ㆍ옛 LG상사)에 입사해 주로 해외사업본부에서 근무했다.
1995~2003년 LG전자 대표이사를 지내며 디지털 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디지털 CEO’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LG 근무 당시 글로벌 성장과 노경화합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구 회장은 2003년 LS그룹이 LG그룹에서 분리된 뒤 2004년부터 2012년까지 LS그룹 초대 회장을 맡았다. 적극적인 인수합병(M&A)과 해외 진출, 연구개발 강화를 강조해 LS그룹을 재계 13위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등 그룹 기틀을 세우고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해 경영 능력도 인정받았다.
선대가 정한 LS그룹의 ‘사촌형제 공동경영’ 원칙에 따라 2013년 사촌 동생인 구자열 전 회장에게 그룹 회장직을 넘기고, 2013년 LS미래원 회장을 거쳐 2015년부터 LS니꼬동제련 회장을 맡아왔다.
고인은 소탈하고 온화한 성품으로 ‘재계의 신사’로 불렸고, 직원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원만한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 관계도 모범적이라는 평가를 얻었다. 효성이 지극해 2016년 5월과 2012년 5월 각각 별세한 부친 구태회 회장과 모친 최무씨를 아랫집에 모시고 살며 수시로 찾았다고 전해진다.
재벌 오너 일가로선 드물게 미국 유학 시절 만난 부인 지순혜씨와 연애 끝에 결혼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결혼 생활 내내 부부간 존중하는 마음을 담아 서로 존댓말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개인 블로그에 “누구에게나 가족은 소중하고 특별한 의미로 자리매김하듯이 나에게도 가족은 내 삶의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 존재”라고 글을 올려 가족에게 각별했던 점을 드러냈다.
소문난 재계 바둑 애호가인 그는 아마추어 6단의 실력으로 사내 바둑대회를 열기도 하고, 사외 바둑대회도 적극 후원했다.
유족으로 부인 지순혜씨와 장녀 구나윤 지오피 갤러리 대표와 아들 구본웅 마음그룹 대표, 며느리 유현영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0호실에 마련됐고, 조문은 12일 오전 11시부터 가능하다. 발인은 15일 오전 8시, 장지는 경기 광주시 광주공원묘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