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퇴임한 후에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계속 연락하고 있다고 주변에 말해 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평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언행에 비춰 허언이거나 과장일 수도 있지만, 사실일 경우 법적ㆍ정치적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백악관을 취재한 매기 하버만 뉴욕타임스 기자는 10월 출간되는 책 ‘사기꾼(The Confidence Man)’에 이러한 내용을 실었다. 10일(현지시간) CNN방송에 출연한 하버만 기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하는 말과 실제 일어나는 일이 항상 일치하진 않는다”고 전제하면서도 “그는 퇴임 이후에도 김 위원장과 모종의 서신 교환이나 논의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하곤 했다”고 책 내용을 확인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은 검증될 수 없고, 아마 사실이 아닐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독 김 위원장과의 관계를 과시한 점은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전직 대통령이 외국 정상들과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드문 일은 아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여전히 연락하고 있다고 직접 언급한 외국 정상은 김 위원장이 유일하다”는 것이다. 하버만 기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 사저의 사무실에도 김 위원장과 함께 찍은 사진이 걸려 있다며 “우리가 알다시피 그는 이 관계에 집착했다”고 말했다. 이 사진은 2019년 북미 정상 간 판문점 회동 때 찍은 사진으로 추정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김 위원장과 주고받은 서신을 “러브레터”라고 불렀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본격화한 2018년 이후 둘 사이에 오간 친서는 27통에 달한다. 하버만 기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친서들을 상자에 담아 뒀다가 꺼내 들고 사람들에게 보여주곤 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서신들을 포함해 대통령 기록물 15박스를 퇴임 이후 무단으로 사저로 가져갔다가, 최근 미국 국립문서보관소 명령을 받고 반환하기도 했다.
미 국무부와 백악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계속 연락한다는 보도에 대해 논평을 거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도 확인해 주지 않았다. 그러나 만약 이러한 주장이 사실이라면,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1년이 넘도록 북미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전임 행정부의 정치적 개입이나 대북 영향력 행사로 비춰질 소지가 없지 않다. 로이터통신은 “1799년에 제정된 ‘로건법’은 일반 시민이 당국 허가 없이 외국 정부와 협상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며 위법성 문제를 지적했다.
북한 관련 싱크탱크인 38노스의 제니 타운 국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과장을 잘하는 사람”이라며 “그가 보낸 메시지는 단순한 안부 인사일 수도 있고, 어쩌면 답장을 받지 못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나 “만약 백악관과 협의 없이 중요한 대화가 이뤄졌다면 그것은 매우 문제일 뿐 아니라 잠재적으로 국익에도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