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옵션 가격 조작 아니다" 판결에 꼬여버린 교보 분쟁...상반기 IPO도 차질 전망

입력
2022.02.10 18:30
8면
법원, 풋옵션 가격 제대로 책정 취지로 판단
교보-어피너티 풋옵션 분쟁, 더욱 꼬여
상반기 목표로 한 교보생명  IPO도 차질

사모펀드 어피너티컨소시엄(어피너티)이 교보생명을 상대로 행사할 수 있는 풋옵션(특정 가격에 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 가격이 제대로 산정됐다는 취지의 법원 판결이 나왔다.

앞선 국제상사중재위원회(ICC) 판결과 배치되는 결과라 양측 다툼은 장기화할 전망이다. 교보생명이 올해 상반기를 목표로 한 기업공개(IPO) 일정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는 10일 딜로이트안진 회계사 3명, 어피너티 임직원 2명에 대해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가 없다면서 무죄 판결했다. 재판부는 "딜로이트안진이 사용하지 않은 다른 평가 방법을 동원하면 시장 가치는 42만9,000원으로 더 높게 나온다"며 "딜로이트안진이 어피너티에 유리한 방법만 사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번 재판은 2012년 어피너티가 교보생명 2대 주주에 오르면서 최대 주주인 신창재 회장과 맺은 풋옵션 계약에서 비롯됐다. 교보생명이 3년 안에 IPO를 하지 않으면 발동할 수 있는 풋옵션 조항은, 2018년 9월 어피너티가 딜로이트안진 평가를 토대로 주당 40만9,912원에 행사하겠다고 나서면서 현실화했다.

교보생명은 어피너티와 딜로이트안진이 풋옵션 행사 가격을 의도적으로 높게 책정했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어피너티가 교보생명 지분을 살 당시 지불한 주당 24만5,000원 부근에서 풋옵션을 쓸 수 있다고 맞섰다.

풋옵션 분쟁은 지난해 9월 ICC가 "교보생명은 어피너티가 요구한 가격에 풋옵션을 사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어피너티 측 풋옵션 가격을 인정한 이날 판결은 ICC 판정과 정반대 결론이라 양측 분쟁은 더 꼬이게 됐다. 교보생명, 어피너티 모두 자신에 유리한 판단만 앞세우고 있어 갈등도 장기화할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 증시 입성을 목표로 계획 중인 교보생명 기업공개도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커졌다. 당초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교보생명의 상장 적격성을 평가할 상장예비심사를 진행하려고 했으나 주주 간 분쟁을 이유로 심사를 늦췄다. 금융권에선 교보생명, 어피너티 간 다툼은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어 상장도 미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검찰은 딜로이트안진, 어피너티가 자본시장 기초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지적한 만큼 항소심에서 적절한 판단이 도출되길 기대한다"며 "교보생명은 이번 판결과 무관하게 IPO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겠다"고 말했다.

박경담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