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테슬라 사망사고 유족에 “나도 어린 아들 잃은 적 있다” 위로

입력
2022.02.09 20:38
사망 10대 아버지와 7주간 수 차례 이메일 
"내 아들도 내 품에서 숨져. 아이의 심장 멎는 것  느껴”
이메일 2년 뒤 테슬라 상대 제조물 책임 소송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테슬라 차량 충돌 화재 사고로 10대 아들을 잃은 아버지에게 어린 아들을 잃었던 자신의 경험까지 얘기하며 위로했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괴짜 경영자로 불리며 때론 직원들에게 냉혹하게 대한다는 평가를 받는 그가 의외의 인간미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머스크는 지난 2018년 5월 8일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아버지 소유의 테슬라 모델 S를 시속 116마일(약 187㎞)의 속도로 몰다 벽에 부딪혀 화재가 발생하면서 사망한 10대 운전자 베럿 라일리의 아버지와 7주 동안 수 차례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위로했다.

머스크는 베럿 라일리가 숨진 지 24시간 뒤 아버지 제임스 라일리에게 첫 이메일을 보내 조의를 표하며, 사고에 관해 얘기할 수 있는지 물었다. 이어 머스크는 “자식을 잃는 것보다 고통스러운 일은 없다”며 자기 아들이 생후 10주 만에 사망한 일을 언급했다. 머스크는 "내 첫째 아들도 내 품에서 숨졌다. 그 아이의 심장이 멎는 것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블룸버그는 트윗으로 테슬라의 주가를 움직이고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머스크가 뻔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면서도 이메일로 "머스크의 연약하고 상대에 공감하는 측면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머스크는 테슬라 차량의 최대 주행속도를 쉽게 제한할 수 있게 해달라는 라일리의 요청도 받아들였다. 사고 이후 테슬라는 2018년 6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운전자들이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등으로 최고 시속을 50∼90마일(약 80∼155㎞)로 설정할 수 있도록 했다. 운전자 매뉴얼에는 배럿 라일리를 기리며 이 기능을 업데이트했다는 설명이 붙었다.

하지만 소송은 별도였다. 이메일을 주고받은 지 약 2년 뒤 제임스 라일리는 테슬라를 상대로 플로리다 연방법원에 제조물 책임 소송을 냈다. 그는 충돌 후 테슬라 차량의 리튬이온 배터리에 갑자기 불이 붙었다면서 "배럿 라일리는 사고가 아니라 배터리 화재로 사망했다"고 말했다. 제임스 라일리는 사고 2개월 전 차량의 속도 제한 장치 설치를 테슬라에 요구했으며, 이후 자신의 동의 없이 장치가 제거됐다고 테슬라의 부주의도 주장했다. 반면 테슬라는 배터리 결함 가능성은 없으며, 아들 라일리가 서비스센터에 찾아와 속도 제한 장치 제거를 요구했었다고 밝혔다.

김청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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