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내내 부진을 거듭했던 스켈레톤 ‘디펜딩 챔피언’ 윤성빈(28)의 반격이 시작된다. 스스로 “올림픽 메달은 힘들다”는 비관적 평가를 내렸던 윤성빈이지만 부활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윤성빈이 10일 오전 10시 30분(한국시간)부터 중국 베이징 옌칭의 국립슬라이딩센터에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남자 스켈레톤 1차 시기 도전을 시작한다. 스켈레톤 경기는 4차례에 걸쳐 같은 트랙을 달린 기록을 모두 더해 가장 빨리 달린 선수가 우승을 차지한다. 10일에 1, 2차 경기가 진행되고, 11일 오후 9시 20분부터 3, 4차 시기가 열린다.
4년 전 평창 금메달리스트인 윤성빈은 베이징 대회를 앞둔 2021-22시즌 월드컵에서 부진했다. 월드컵 1차 대회에서 기록한 6위가 최고 성적이다. 2, 3차 대회에서는 각각 13위와 26위로 부진했다. 8차 대회까지 한 번도 메달권에 진입하지 못했다. 윤성빈이 베이징으로 오기 전 공식 인터뷰에서 “냉정하게 현실적으로 봤을 때 지금 성적으로 메달은 힘들다”고 말한 이유다.
올 시즌 그의 성적이 안 좋았던 건 무릎 부상과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훈련량 부족 영향이 컸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썰매 종목이 열리는 옌칭 국립슬라이딩센터의 트랙에 빠르게 적응한다면, 자존심을 지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올 시즌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된 스타트가 최근 좋아지고 있고,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대비해 체중 감량에도 성공했다. 윤성빈은 올림픽 직전에 열린 월드컵 7, 8차 대회에서 스타트 기록이 전체 2위, 4위였다. 컨디션이 조금씩 올라오면서 올 시즌 최대 약점으로 꼽히는 스타트에서 보완이 이뤄지고 있는 상태다.
조인호 봅슬레이 스켈레톤 총감독은 “체중 감량을 통해 순발력을 극대화하면서 스타트가 좋아졌다. 지금 컨디션은 70~80% 수준으로 기량이 올라오고 있는 만큼 약점을 최대한 줄이는 게 이번 대회 최대 관건”이라고 말했다.
썰매 경기는 ‘홈 트랙’의 이점이 크게 작용한다. 주최국 선수는 경기가 열리는 트랙에서 충분히 연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4년 전 평창대회에서 스켈레톤 금메달 1개와 봅슬레이 은메달 1개를 따내며 아시아 썰매 종목의 역사를 새로 쓴 데에도 홈 트랙의 이점이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생소함과 싸워야 한다. 이 트랙을 1,000회 이상 주행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을 제외하고 해외 선수들은 지난해 테스트 이벤트를 포함해 50회 정도 주행한 것이 전부다.
윤성빈의 감각에 기대를 걸어 볼 만하다. 뛰어난 센스를 지닌 윤성빈은 생소한 코스의 적응이 상당히 빠른 편이다. 옌칭 트랙을 경험한 윤성빈은 "막상 타 보니 난이도는 높지 않은 트랙"이라고 평가했다.
윤성빈을 바라보며 올림픽 출전의 꿈을 키워온 정승기(23)도 주목할 만하다. 올 시즌 월드컵 6차 대회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한껏 기대를 부풀린 그는 시즌 종합 랭킹 9위로 윤성빈(11위)보다 높아 깜짝 선전도 기대한다. 강점인 스타트에서 호조를 보여 기대가 크다. 대한민국 스켈레톤 쌍두마차가 또 한번 평창의 기적을 재현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