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위 "납북귀환어부 지속 사찰 인권침해 맞다"

입력
2022.02.09 15:00
건설호·풍성호 귀환어부사건 진실규명
수사기관, 불법구금·사찰·거주이전 제한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원회)가 납북귀환어부 사건 4건에 대해 "인권침해가 맞다"고 판단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최근 6차 위원회 회의를 열고, 건설호 납북귀환어부 인권침해 사건 1건과 풍성호 납북귀환어부 인권침해 사건 3건에 대해 진실규명을 결정했다고 9일 밝혔다.

진실규명 결정은 조사를 거쳐 해당 사건이 진실하다고 최종 결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결정문은 정부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 배·보상의 중요한 근거가 된다.

2기 출범 이후 권위주의 통치 시기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진실규명이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첫 진실규명은 일제강점기 시절 항일독립운동 관련 두 건이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1968년 11월 7일 북한 경비정에 납북돼 이듬해 5월 28일 귀환한 건설호 어부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수사기관이 어부들을 영장 없이 불법구금했고, 구타‧고문 등 가혹행위로 허위진술을 강요한 개연성도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1968년 11월 8일 북한 경비정에 의해 납북된 뒤 건설호 어부와 같은 날 귀환한 풍성호 어부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판단했다.

민간인 수사권이 없는 군 보안대를 포함한 수사기관들은 형사처벌 이후에도 건설호·풍성호 어부들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사찰한 것으로 조사됐다. 진실화해위원회는 가족들도 덩달아 취업 및 거주이전 제한을 받는 등 공권력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 개연성이 있다고 봤다.

그동안 납북귀환어부들이 형사처벌을 받은 뒤에도 수사기관으로부터 동향 감시를 받아왔다는 점은 증언을 통해서만 알려졌다. 그러나 진실화해위원회는 수사기관에서 작성한 사찰보고서와 심사자료 등을 확보해 증언을 객관적으로 입증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국가가 건설호·풍성호 어부들과 그 가족들에게 사과하고, 이들에 대한 피해와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해 형사소송법이 정한 바에 따라 재심 등 화해를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정근식 위원장은 "앞으로도 납북귀환어부 사건을 포함한 많은 인권침해 사건을 속도감 있게 조사해 진실규명을 해나가겠다"며 "군사안보지원사령부의 자료 협조를 높이 평가하고 향후 이런 협조가 각 기관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윤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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