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학교는'으로 돌아온 배우 박지후가 꼽은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속 대사다. 준영(안승균)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자며 친구들을 다독였다. 짧은 대사였지만 울부짖는 그의 목소리가 주는 울림은 제법 묵직했다.
극에 몰입한 젊은 배우들은 자신이 느낀 날것 그대로의 감정들을 '지금 우리 학교는'에 녹여냈다. 박지후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8일 진행된 화상 인터뷰를 통해 넷플릭스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이 작품은 좀비 바이러스가 시작된 학교에 고립돼 구조를 기다리는 학생들이 살아남기 위해 함께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를 그렸다.
박지후는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털털하고 유쾌한 성격의 온조 역을 맡아 열연했다. 온조는 좀비 사태로 충격에 빠지지만 소방관인 아빠 덕분에 얻은 위기 대처 능력을 기반으로 친구들을 돕는다. 박지후는 온조에 대해 "주변 친구들을 잘 챙기고 본인보다 친구들을 우선시하면서 모두 다 살아남길 바란다. 따뜻하고 정 많은 아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망치면서 온조의 감정 신을 챙기기 위한 고민을 많이 했다. 감독님들, 배우들과 얘기를 많이 나눴다"고 밝혔다.
실제 성격이 온조와 비슷하다고도 했다. 촬영 당시 온조처럼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었단다. 같은 나이인 만큼 온조의 감정에 더욱 깊게 공감할 수 있었다. 박지후는 좀비를 피해 도망치는 중에도 친구들과 마음을 나누는 온조에 대해 "10대니까, 우정과 사랑이 소중하니까, 장난칠 건 치고 고백할 건 고백할 듯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도 온조처럼 친구들이랑 잘 지내고 학교에서 수다쟁이다. 그런 걸 생각하면서 연기했다"고 밝혔다.
배우들은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애드리브에 도전했다. 학생들이 체육 창고에서 초코바를 나눠 먹는 장면도 원래는 대본에 없었다. 박지후는 촬영 현장을 떠올리며 이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전했다. 그는 "현장이 추워서 초코바가 딱딱했다. 한입씩 베어먹는데 잘 안되더라. 초코바에 치아 자국이 남았다. 웃음을 참으며 연기했다"고 말했다.
대사에 배우들의 아이디어가 담기기도 했다. 온조가 청산에게 "가자, 따까리"라고 말하는 부분에는 박지후의 깊은 고민이 녹아 있다. 박지후는 "원래 대사는 그게 아니었다. 내 또래가 쓰지 않는 말이라고 생각해서 (감독님께) 다른 걸로 변경하는 게 어떨지 조심스럽게 제안 드렸다. 그렇게 대사가 변경됐다"고 설명했다.
고등학생들의 풋풋한 로맨스는 '지금 우리 학교는'에 설렘을 더했다. 온조는 수혁(로몬)에게 마음을 고백한다. 청산(윤찬영)은 이러한 소꿉친구 온조를 짝사랑한다. 박지후는 "사실 나는 고백을 한 적이 없다. 연애 경험도 없다. 고백보다는 썸을 좋아한다"며 웃어 보였다.
그러면서 온조가 수혁을 좋아하는 감정도 사랑보다는 동경에 가까웠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수혁이가 훤칠한 비주얼을 갖고 있잖아요. 그런 친구 앞에서 예쁘게 보이고 싶고 사귀고 싶어 했을 듯해요. 한창 그럴 나이니까요. 좀비 사태가 일어나면서 소꿉친구 청산이의 감정을 확실히 알게 됐다고 생각해요. 온조도 청산이를 좋아하는 마음이 있었을 듯하고요."
실제 박지후도 수혁보다 청산에게 더 끌렸단다. 그는 "청산이는 나만 바라보는 순정남이다. 그런데 수혁이는 온조도 챙겨주고 남라(조이현)도 챙겨준다. 수혁이보다는 나만 바라보고 좋아해 주는 청산에게 더 마음이 갈 듯하다"고 설명했다.
박지후와 윤찬영은 대학 선후배 사이로 재회하게 됐다. 박지후는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 22학번 새내기가 됐고, 윤찬영은 그에 앞서 20학번으로 입학했다. "찬영 오빠가 촬영 현장에 한양대 과잠 패딩을 입고 왔어요. 한양대에 대한 궁금증과 가고 싶다는 열정이 생기더라고요. 입시를 준비할 때 팁도 듣고 희곡 얘기도 많이 나눴어요. 한양대에 입학하게 되면서 오빠한테 축하를 받았어요. '청산 온조끼리 한양대에서 생활 잘해보자'라는 얘기도 나왔죠."
'지금 우리 학교는'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게 됐지만 박지후는 여전히 "어떤 역할이든 기회가 주어진다면 하고 싶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그러면서도 "새내기니까 풋풋한 로맨스물 도전을 꿈꾼다. 더불어 온조 같은 경우에는 일상적인 액션을 보여줬는데 그것도 좋지만 화려한 액션을 하면서 몸을 제대로 써보고 싶다"고 했다. 이렇듯 열정 넘치는 박지후의 꿈은 무엇일까. "늘 감사함을 잃지 않고 건강한 사람이자 배우가 되고 싶어요. 올해에는 운전면허를 꼭 따서 베스트 드라이버가 되고 싶네요."
배우들이 느낀 감정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좀비 서바이벌 '지금 우리 학교는'은 지난달 28일 공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