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무늬 넥타이 선호하는 이재명 vs 넥타이 느슨하게 매는 윤석열

입력
2022.02.06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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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은 자기만족이다. 그러나 카메라 앞에 선 정치인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명제다. 정치인이 몸에 두른 모든 것은 곧 메시지가 된다. 패션의 소재, 색상, 디자인 등을 통해 환경, 젠더, 인종 등에 관한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표현하고 강조할 수 있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대선 승리를 선언하는 연설에서 '서프러제트(20세기 초 영국의 여성 참정권 운동에 참여한 여성들)'를 상징하는 흰색 정장을 입은 건 우연이 아니었다.

4인의 대선 후보는 지난 3일 열린 TV 토론에서 패션으로 무엇을 말하고자 했을까. 가장 눈에 띄는 건 남성 후보 3명의 넥타이다. 대선 후보들은 당 상징 색의, 무늬가 없는 솔리드 넥타이를 매는 게 일반적이나 이번 TV 토론에서는 그런 선택을 한 후보가 한 명도 없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도 노란색 대신 녹색 재킷을 입었다. 이미지 컨설팅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후보들의 패션에 숨겨진 의도를 살펴 봤다.


넥타이가 말하는 것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밝은 남색 정장에 남색과 갈색의 굵은 줄무늬가 사선으로 교차하는 넥타이를 매치했다. 평소 스타일을 반영한 무난한 선택이라는 평가다. 이 후보는 앞서 공식 석상에서도 줄무늬 넥타이를 선호해 왔다. 정연아 이미지테크 대표는 "네이비 정장에 화이트 셔츠, 블루 계열 넥타이는 비즈니스 웨어의 공식"이라며 "특히 스트라이프 넥타이는 추진력 있어 보이는 시각적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대선 때 줄무늬 넥타이를 애용했다. 당시 민주당은 "줄무늬 넥타이는 미국 케네디 대통령이 선거 운동을 할 때 자주 맸던 '승리의 넥타이'로, 강인함과 국민의 승리를 상징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다만 무늬가 있는 넥타이는 경우에 따라 사람이 아닌 넥타이가 주인공이 되는 역효과가 날 수 있으니 사용할 때 주의해야 한다. 강진주 퍼스널이미지연구소 소장은 "이 후보의 인상이 흐릿한 데 반해 넥타이의 패턴이 다소 컸다"며 "이 후보는 이날은 아니었지만 평소 매듭이 가장 큰 윈저노트 방식으로 넥타이를 자주 매는데, 이럴 경우 얼굴이 아닌 넥타이에 시선을 뺏기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남색 정장에 흰색과 옅은 붉은색이 혼합된 패턴의 넥타이를 골랐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윤 후보가 항상 넥타이를 다소 느슨하게 매고 실제 사이즈보다 옷을 크게 입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LAB & PSPA 박사는 "남성 이미지 연출의 핵심은 넥타이 매듭을 타이트하게 매서 V존(재킷을 입었을 때 셔츠와 넥타이가 V자로 보이는 전면)을 강조하는 것인데, 윤 후보는 셔츠와 넥타이 사이에 틈이 있는 모습이 자주 포착된다"며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지지자들에게 소탈하고 진솔한 모습을 강조하기 위한 메시지 전략으로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 후보 특유의 '아재 패션'이 유권자에게 친근함을 주는 장점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도 핵심 지지층인 백인 중년 남성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품이 넉넉하고 헐렁한 옷을 입었다고 전해진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회색 정장에 와인 색의 솔리드 넥타이를 택했다. 그간 중요한 자리에서 당을 상징하는 녹색이나 파란색 계열의 넥타이를 자주 맸던 점을 감안하면 가장 파격적인 스타일 변신을 시도했다. 강 소장은 "회색 정장에 붉은색 넥타이의 강한 조합이 그동안 약점으로 지목돼 온 중후함과 카리스마를 보완하는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심 후보는 목 중간까지 올라오는 흰색 니트에 녹색 재킷으로 분위기 쇄신을 꾀했다. 정 대표는 "초록색은 모두가 힘든 이 시국에 필요한 치유의 컬러"라며 "검은색 구두 대신 노란색 운동화를 신어 발로 뛰는 정치인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직된 이와 안... 여유로운 윤

후보의 표정과 태도, 말투는 패션만큼이나 호감과 비호감을 가르는 중요한 요소다. 시종일관 노련했던 심 후보와 여유로웠던 윤 후보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이었다. 이 후보와 안 후보는 지나치게 경직된 표정이 감점 요인으로 꼽혔다. 안 후보 특유의 높낮이 없이 일정한 말의 톤이 청자의 집중도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많았다.

박 박사는 "윤 후보의 경우 상대 후보의 날 선 공격에도 자신감 있는 화법과 중간 중간 호탕한 미소를 보여준 게 상당한 강점이었다"며 "다만 입술에 침을 바르거나 손으로 코를 만지는 제스처, '에', '저기', '뭐야'와 같은 어벽은 말의 몰입도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개선해야 할 부분"이라고 조언했다.

송옥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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