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53년만에 첫 파업 가능성... '노조 리스크' 못 피한다

입력
2022.02.0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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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사측 협상안 거부... 중노위 조정신청
10일간 입장차 조정... 결렬 땐 쟁의권 확보
노조 가입자 전체 임직원 4% 수준이나
24시간 운영 반도체 공장 고려하면 부담

2020년 '무노조 경영'을 폐기한 삼성전자가 창사 53년 만에 처음으로 파업 위기에 직면했다. 임금협상과 관련된 회사측 제안을 거부한 노조가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노동쟁의 조정신청 접수와 함께 쟁의권 확보에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핵심인 반도체 부문의 경우, 생산공정 특성상 한 번 가동을 멈추면 정상화까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단 점에서 노조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다.

한국노총 금속노련 산하 전국삼성전자노조 관계자는 4일 "회사와 원활하게 대화가 이뤄지지 않아 결국 중노위에 조정을 신청했다"며 "쟁의활동에 나설지, 원만하게 해결될지는 조정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열흘간 노사 의견 조정...최악의 경우 이달 말 삼성전자 파업

삼성전자 노동조합은 지난해 9월부터 사측과 2021년 임금협상을 이어왔지만, 결국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사측이 제시한 2021년 임금협상 최종안은 조합원 투표에서 90.7% 반대로 부결됐다. 사측의 최종안에 대해 노조에서 제시한 △삼성전자 전직원 연봉 1,000만 원 일괄 인상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의 25% 성과급 지급 △휴식권 보장 등이 제외되면서 나온 결과로 보인다.

회사측은 노사협의회와 협상해 발표한 임금 기본 인상폭(기본인상률 4.5%+성과인상률 3%) 외에 추가적 인상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카카오, LG전자 등 다른 제조업, 정보기술(IT)기업들과 달리 삼성전자는 개인 연차 외에 어떠한 휴가가 없다"며 "임금인상 부분도 정확한 근거를 만들어 회사 측에 제시하려고 했지만 회사 측에서 이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노조로부터 조정신청을 받아든 중노위는 이날부터 10일간의 조정기간을 가질 예정이다. 중노위는 사측과 노조측의 의견 등을 모아 조정안을 제시하게 된다. 노사 어느 한쪽이라도 중노위 조정안에 반대할 경우 조정 중지가 이뤄지고, 노조는 쟁의행위에 대한 권리를 갖게 된다. 이후 노조는 조합원 투표를 거쳐 태업, 파업 등 쟁의권 발동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다만 노사가 협의할 경우 조정기간이 최대 10일 연장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이달 말 노조의 파업이 가능한 셈이다.

MZ세대 직원 노조 가입 증가...매년 '노조 리스크' 겪을 듯

현재 삼성전자 노조 조합원은 4,500여 명으로 전체 직원 약 11만 명 중 4% 수준이다. 절대적 수는 많지 않지만 반도체 사업장의 경우 24시간 멈추지 않고 가동해야 하는 만큼, 파업에 따른 여파도 간과할 순 없는 상황이다.

2020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무노조 경영 원칙' 폐기 선언 이후 삼성그룹 내 노동조합 활동이 점차 본격화하고 있다. 게다가 성과급 문제를 적극 제기한 M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 임직원들의 노조 가입률도 증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매년 '노조 리스크'를 겪게 될 수 있단 얘기다. 실제 앞서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지난해 6월 2주간 소규모 파업을 벌인 바 있다. 회사측이 노조의 움직임에 촉각을 세운 이유다. 최근 사측이 복지 확대안으로 발표한 '육아휴직 확대', '연말 특별 격려금 지급' 등의 안건은 노조가 먼저 사측에 요구했던 내용이다.

전문가들은 삼성에서 상수로 올라선 '노조 리스크'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달 출범한 삼성준법감시위 2기 역시 삼성 내 노조 활동을 적극 보장하겠다는 입장도 밝힌 바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제 어떤 회사도 노조 없이 갈 수 없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과거에 경험해 보지 못했다 하더라도 노조와 적극 대화에 나서 회사가 노조와 공동의 결과물을 도출해내야 한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