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며 최고의 한 해를 보낸 국내 철강업계가 올해는 연초부터 '원자재값 급등'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최대 시장인 중국 경기 둔화 영향으로 제품 가격 하락 압력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재료값이 뛰면 그만큼 마진(이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증권가는 이를 반영해 업계 1, 2위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목표주가를 10~20%씩 낮춰잡고 있다.
3일 증권가에 따르면, 1분기(1~3월) 포스코 영업이익 전망치(연결기준)는 1조7,000억 원 수준으로 지난해 4분기(2조3,680억 원)에 견줘 28%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매출은 21조3,340억 원에서 19조 원 안팎으로 8%가량 하락할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제철 역시 실적 악화가 점쳐지는데,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지난해 4분기(7,721억 원)에 비해 22%가량 줄어든 6,000억 원 수준이다.
업계는 갑작스레 유탄을 맞았다는 분위기다. 철강 제품의 원재료인 철광석과 원료탄(석탄) 가격이 올 1분기에 안정될 거란 예상을 깨고 거듭 치솟으면서 원가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철강사들은 원료탄으로 철광석을 녹여 제품을 만드는데, 지난달 말 기준 철광석과 원료탄 가격은 한 달여 만에 각각 36%, 40% 올라 톤당 139달러와 444달러를 기록했다. 주요 광산이 자리한 브라질과 호주의 우기 영향 등으로 공급량이 줄어든 상황에서 경기부양 기대감에 선물가격이 오르자 실물가격까지 덩달아 뛴 것이다.
철강사 마진은 제품가에서 원재룟값을 뺀 수치(스프레드)로 결정되는 구조라, 원재룟값이 뛰면 곧바로 타격을 입는다. 유안타증권 분석에 따르면 포스코의 주력 생산품인 탄소강(철과 탄소의 합금)의 올 1분기 평균가격은 전분기보다 4% 하락한 톤당 109만 원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원재룟값은 50만9,000원에서 55만2,000원으로 8% 뛸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스프레드는 63만5,000원에서 53만9,000원으로 14% 하락하고, 이 영향으로 영업이익률이 3.3%포인트(별도기준)나 떨어질 거란 분석이다. 유안타증권은 이를 반영해 이날 포스코의 목표주가를 기존 53만 원에서 46만 원으로 13% 낮췄다. SK증권은 현대제철 목표주가(5만2,000원)를 기존보다 20%나 내렸다.
다만 업계에선 하반기부터 업황이 개선될 거란 기대도 나온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여전히 견조한 전방 수요와 중국의 초과 공급 억제 기조 등을 감안할 때 2분기부터 시황이 반등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