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딸' 호원숙 "어머니 때문에 용기 얻어 글 다시 쓰게 됐다"

입력
2022.02.03 08:46

호원숙 작가가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자신의 삶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놨다. 그는 '한국문학의 어머니'라 불리는 故 박완서 작가의 딸이기도 하다.

지난 2일 오후 방송된 tvN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평생 간직하고픈 글' 특집으로 꾸며졌다.

이날 호원숙 작가는 "글을 쓴 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그냥 가정주부였다"며 "어머니와 같이 살기도 하고 모시기도 했다. 어머니의 모습을 기록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나에게 용기를 준 어머니

과거 월간지 편집 기자 생활을 했던 그는 "신문 기자도 하고 싶었다. 제가 꿈꾸던 일이었는데 어머니가 많이 알려져 있으니, '작가 딸이니까 저 사람도 글 잘 쓰겠다' 하지 않나. 들어갔는데 정말 못 쓰겠더라. 머릿속으로는 써질 것 같은데 안 써진다. 원하는 글을 쓰는 게 어렵더라. 유능하지 못한 기자 생활을 했다"고 회상했다.

다시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어머니의 한마디 때문이었다. 호원숙 작가는 "아기 낳고 지내다가 '박완서의 문학앨범'이 출간되면서 어머니가 '내 연대기를 네가 썼으면 좋겠다. 너밖에 쓸 사람이 없다' 하시더라"며 "그때 애들이 어리니까 책상이 장난감으로 엉망진창이었다. 그런데 책상 치우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서두를 쓰는 데 한 달이 걸렸다"고 했다.

이어 "어머니가 (그 글을) 나한테 주신 건 '너가 그렇게 애만 키우고 있으면 안 된다. 너는 할 수 있다' 그런 의미가 내포돼 있었다. 지금 안 쓰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때부터 인터넷 동창회 카페에도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한 주에 두 번씩 1년을 쓰다 보니까 100회가 됐고, 그게 책으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음식 솜씨가 남달랐던 박완서 작가

호원숙 작가는 어머니의 음식 솜씨도 뛰어났다고 밝히며 "어머니는 '음식을 하면 맛있게 해야지. 정성 들여서 해야지' 하셨다. 밖에서도 맛없고 성의 없게 한 건 안 드셨다"면서 웃었다.

60년대에 아버지 안주상에 멘보샤를 올릴 정도였다고. 그는 "당시는 생소했던 음식인데 특별한 안주였다. 여성 잡지 부록으로 요리책이 나오면 그런 데서도 아이디어를 얻지 않으셨을까"라고 말했다.

어머니가 해준 음식 중 기억나는 음식으로는 섭산적을 꼽았다. 호 작가는 "제가 첫 아이 출산 때였다. 진통이 온다고 하니까 어머니가 방에 들어오라고 해서 섭산적을 해주셨다. 고기를 다지고 뭉쳐서 만든 떡갈비와 비슷하다. 구운 식빵 사이에 섭산적을 넣어서 주셨다. '힘이 있어야 가서 아기를 낳는다'고 하셨다"며 든든히 배를 채우고 병원에 갔던 일을 회상했다.

유재석은 "박완서 작가님 작품에는 음식 표현이 생생하다고 하더라. 하나 소개해달라"고 요청했다. 호원숙 작가는 "어릴 때 '여름에는 민어를 먹어야 한다'고 하셨다. 어머니가 민어를 조리하는 모습을 '그 남자네 집'에서 얼마나 멋지게 표현했는지 모른다"며 감탄했다.

유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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