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메어 오브 이스트 타운’ 시즌1(웨이브·18세 이상)
소도시 형사 메어(케이트 윈즐릿)의 삶은 고단하다. 아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후 그리움과 죄책감에 시달린다. 자신이 아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해 비극으로 이어졌다고 자책한다. 남편과는 남남이 된지 오래다. 뒷집에 사는 전 남편은 곧 재혼한다. 손자 양육권을 두고 며느리와 법정 다툼을 하고 있다. 출구는 없고, 사방 벽만 높아지는 듯한 인생이다.
집안 일만으로도 버티기 힘든데,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피해자는 미혼모 10대다. 동네사람들은 서로를 속속들이 알고 있다. 누군가를 조사하려 해도, 용의선상에 올리려 해도 볼멘 소리가 터져 나오고 수사 진척은 더디다. 메어는 갖은 어려움 속에서도 정신적 방황을 극복하며 사건 실체에 접근하려 한다. 연쇄 살인범을 예상했으나 의외의 인물이 범인이다. 믿고 의지했던 사람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농밀한 감정을 나눴던 이성과는 급작스레 이별한다. 메어는 중년에 찾아온 질풍노도를 넘어서며 또 다른 삶의 단계로 나아간다. 수사물이면서도 한 인물의 성장극. 이보다 신선하고 흥미로운 미국 드라마를 근래 찾기 힘들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 거대 기업체를 운영하는 가문에서도 이 명제는 유효할까. 재벌가 암투를 막장 형식으로 그려낸 한국 드라마 ‘마인’(2021) 등에서 확인했듯 돈이 종종 피보다 진하다. ‘석세션’ 시즌1~2는 돈앞에서 무기력한 핏줄들의 이전투구를 그린다.
미디어 재벌 웨이스타-로이코를 이끄는 로이 가족 구성원이 금력을 두고 다투는 이야기를 담았다. 웨이스타-로이코 회장인 로건(브라이언 콕스)은 자식들에게 사업을 넘기려 하면서도 미련을 놓지 못한다. 둘째 아들 켄달(제레미 스트롱)은 야심과 실력을 지녔으나 마음이 여리다. 셋째 아들 로먼(키어런 컬킨)은 배짱만 좋을 뿐 실력도, 예의도 없다. 딸 쇼반(새러 스누크)은 머리가 명석하고 야심만만하나 아버지의 마음은 아들쪽에 좀 더 기울어 있다.
주변인들 역시 치열한 머니게임의 주역이 되려 한다. 쇼반의 남자친구 톰(매슈 맥퍼디엔)은 웨이스타-로이코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기 애를 쓴다. 중역들은 로건의 자식들과 합종연횡하며 살아남기에 전력한다. 드라마는 가족 내부의 다툼을 돋보기 삼아 피도 눈물도 없는 미국 자본주의의 실체를 들여다 본다.
딱히 부족함 없는 중산층이다. 시카고에서 재무 컨설팅으로 제법 돈을 벌고 있다. 친구와 동업하는 회사는 큰 어려움 없이 성장 중이다. 두 아이는 별다른 문제 없이 자란다. 순탄한 인생에서 유일한 걸림돌은 외간남자와 눈이 맞은 아내 웬디(로라)다. 하지만 삶은 순식간에 벼랑 끝으로 몰릴 수 있기 마련. 마티(제이슨 베이트먼)가 그랬다. 친구는 멕시코 마약 카르텔 나바로 조직의 돈을 자신 몰래 세탁하다 일부를 횡령했다. 카르텔은 마티를 한통속으로 몰아 살해하려 한다. 눈앞에서 총구가 불을 품기 직전 마티는 꾀를 낸다. 한적한 미주리주 오자크로 가면 돈세탁을 좀 더 많이 원활하게 할 수 있다고. 카르텔은 친구가 횡령한 5억 달러 돈세탁을 조건으로 마티를 한시적으로 살려준다.
마티는 영문 모르는 가족을 이끌고 하룻밤 새 오자크로 향한다. 순박한 사람들이 모여 살 듯한 소도시는 예상과 다르다. 마약 카르텔 못지 않게 험악한 사람들이 피 묻은 돈을 벌고 있다. 마티는 오직 가족을 보호한다는 생각에 갖은 방법으로 카르텔 일을 수행해 간다. 마티는 갈수록 냉혹해지고, 웬디는 활기를 얻어간다. 아이들은 방황하고, 앞길은 지뢰밭이다. 한가지 문제를 해결하면 사람이 죽어나가고, 난이도 높은 문제가 뒤이어 발생하고 더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는다. 가족을 위해 어떤 험한 일도 마다 않는 마티의 언행은 과연 정당한 것일까. 드라마는 의문부호를 만들어가며 서스펜스를 빚어낸다.
최근 시즌 4 파트1이 공개됐다. 한번 보면 빠져나올 수 없는 드라마다. 인물들이 곤경을 어떻게 헤어나올지 궁금증을 지속해 만들어낸다. 우리가 잘 보지 못했던 미국인들의 민낯을 오자크라는 공간을 통해 들여다 볼 수 있다.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는 권선징악이다. 정의로운 우주 공화국 군대가 악으로 뭉친 은하 제국을 물리친다. 새 공화국이 등장한 이후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은하 제국의 잔당은 옛 권력을 되찾으려 한다. 우주에 새 질서가 자리잡는 혼돈의 시기, 현상금 사냥꾼이 우주의 미래를 결정지을 특별한 존재와 마주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만달로리안’은 ‘스타워즈’의 자장 안에서 이야기를 펼치면서도 독자적인 서사의 세계를 만들어낸다.
수수께끼 같은 인물 딘 자린(페드로 파스칼)이 화면 중심에 있다. 자린은 만달로리안이라는 현상금 사냥 전문 집단에 속한다. 온몸을 갑옷으로 두르고 홀로 행동에 나선다. 자린은 어느 날 은하 제국 잔당에게서 태어난 지 50년 된 생명체를 죽이거나 생포해 오라는 제안을 받는다. 정작 ‘수배 대상’과 마주하니 깜찍한 아기 외모를 지닌 그로구다. 자린은 돈만 받고 일을 끝내려 했으나 어린 그로구를 가만 둘 수 없어 구출한다. 자린은 아버지 같은 존재가 돼 그로구의 동족을 함께 찾아 나서고, 은하 제국 잔당은 둘을 추적한다.
에피소드 별로 이야기가 헐겁게 연결돼 있어 한 편씩 끊어 보기 좋다. 머나먼 우주의 광활한 공간을 배경으로 시청자들의 상상을 자극한다. 한국에서 유난히 인기가 없는 ‘스타워즈’ 시리즈에 대한 편견만 없으면 디즈니플러스에서 가장 즐겁게 볼 수 있는 드라마 중 하나다.
사랑이었을까, 착취였을까, 증오였을까. 1960년대 영국 유력 정치인 제레미 소프(휴 그랜트)는 젊은 남성 노먼 스콧(벤 위쇼)과 은밀한 관계를 맺는다. 동성애가 형사처벌 받던 시기다. 제레미는 노먼에게 경제적 지원을 해줬다가 조금씩 관계가 멀어진다. 노먼은 더 이상 도와주지 않는 제레미가 서운하다. 제레미의 어머니에게 둘 사이 사연을 자세히 적은 협박성 편지를 보낸다. 정치적 도약을 모색하던 시기, 제레미는 분노한다. 측근에게 문제 해결을 부탁한다.
악연은 지속된다. 노먼은 여성과 새 삶을 모색하다 번번히 좌절한다. 자포자기식으로 제레미를 위협한다. 자유당 당수가 된 제레미는 측근을 통해 간접적으로 청부살인을 지시한다. 유력 집안의 여성과 결혼해 가정을 이뤘고 더 큰 정치적 야심을 꿈꾸는 시기, 제레미는 옛사랑의 흔적조차 지우려 한다. 하지만 일은 엉뚱하게 흐른다. 제레미의 계획은 이상한 방향으로 향하고, 노먼을 착취하고 목숨까지 뺏으려 했던 그의 음모가 하나 둘 밝혀지기 시작한다.
실화는 종종 어떤 허구보다 놀랍다. 엘리트 신사 이미지를 내세워 20세기 중반 영국 정치의 한복판에서 영향력을 행사였던 인물의 이중적인 행태는 어떤 극보다 더 극적이다. 로맨스물 연기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휴 그랜트가 야비하고 이기적인 정치인을 세밀히 묘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볼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