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중국 등 37개국을 담당하고 있는 세계보건기구(WHO) 서태평양지역사무처가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일본 출신 지역사무처장이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다며 직원들이 WHO 이사국에 내부 고발을 한 사실이 밝혀졌다.
27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WHO 서태평양지역사무처 전ㆍ현직 직원들은 이달 중순 34개 WHO 이사국에 보낸 편지에서 일본 출신의 가사이 다케시(葛西健) 처장이 인종차별적이고 모욕적이며 권위주의적인 리더십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들은 특히 가사이 처장이 WHO 서태평양 지역사무처가 자리한 필리핀 출신 직원들에게 경멸적인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 서태평양지역사무처가 “너무나 중국 중심적”이어서 WHO가 초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억제하는 데 실패했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대해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WHO 본부는 이번 사안을 인지하고 있다면서 “적절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사이 처장은 15년 이상 WHO에 몸담은 인물로, 지난 2019년 2월 서태평양 지역사무처장에 임명됐다. WHO 서태평양 지역사무처는 마닐라에 있으며, 한국과 일본, 중국 등 37개국을 담당하고 있다.
다만 가사이 처장은 전ㆍ현직 직원들의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가사이 처장은 “직원들에게 모질게(hard) 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특정 국적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지는 않았다”며 “(WHO의) 조사에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AP통신은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이 앞서 2019년 1월 아프리카 콩고에서 발생한 성적 학대 보고에 대해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전례가 있다고 꼬집었다.
가사이 처장은 또 지역사무처가 담당하는 회원국의 코로나19 백신 상황에 대한 기밀 자료를 일본에 정기적으로 제공해 일본의 백신 외교에 도움을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가사이 처장은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으며 일본 정부 역시 부인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마쓰모토 고이치로 일본 총리실 공보실 차관보는 28일 AP통신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가 우리의 백신 기부와 관련된 민감한 정보를 부적절하게 수용했다는 사실은 없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