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첸 중국 국방부 대변인이 27일 브리핑에서 언급한 말이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 시절부터 무역전쟁을 비롯해 미국과 사이가 틀어질 때면 중국은 이 표현을 강조해왔다. 뒤에 “승냥이가 오면 맞이할 사냥총이 있다”는 구절은 일단 뺐다. 미국을 바라보는 중국의 감정이 얼마나 불쾌한지 묻어난다.
이어 우 대변인은 “인민해방군은 외부 도발에 충분히 대처할 만반의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언뜻 보면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지칭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중국이 겨냥한 건 러시아가 아닌 미국이다. 미국 군함이 최근 연달아 중국을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 해군은 15일(현지시간) 오하이오급 핵추진잠수함의 괌 항구 정박 소식을 사진과 함께 공개했다. CNN은 17일 “핵잠의 괌 기항은 2016년 이후 6년 만”이라며 “기항 사실을 공개한 건 1980년대 이래 역대 두 번째”라고 전했다. 이례적 전력 공개라는 것이다. 미국이 중국과 북한을 동시에 압박하고 인도태평양지역에서 지속적인 개입 의지를 강조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핵잠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장거리폭격기와 함께 미국의 3대 핵전력으로 꼽힌다.
미국은 17일부터 6일간 오키나와 남쪽 해역에서 일본 해상자위대와 연합훈련을 실시했다. 미 해군은 항공모함 2척과 강습상륙함 2척, 이지스 구축함 3척 등 핵심전력을 대거 투입했다. 미 7함대는 “자유롭게 개방된 인도태평양에 대한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대양 진출 길목을 틀어막고 무력시위를 벌인 셈이다.
지난 20일에는 미군 미사일 구축함 벤폴드가 남중국해 시사군도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쳤다. 당시 중국군 남부전구는 “무단으로 중국 영해에 진입해 주권을 침해한 미군 함정을 축출했다”고 주장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이처럼 중국이 연일 수세에 몰리자 우 대변인이 앞장서 엄포를 놓은 것이다. 특히 내달 4일 개막하는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미국의 군사행동이 부쩍 잦아지면서 중국은 잔뜩 신경이 곤두서 있다. 미국이 올림픽에 정부 대표단을 보내지 않는 ‘외교적 보이콧’에 이어 다양한 무력을 동원해 스포츠를 정치화한다는 의구심이 가득하다. 환구시보는 28일 “미국이 동맹국들과 올림픽 기간 중국 근처에서 군사훈련을 계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군함을 향한 중국의 날 선 반응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미지근한 입장과 차이가 크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전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의 통화에서 “러시아의 합리적 안보 우려가 중시되고 해결돼야 한다”고 오히려 러시아를 두둔했다. 블링컨 장관이 러시아의 위협으로 야기되는 세계 안보와 경제 위험을 지적하며 “긴장 완화와 외교만이 책임 있는 해결책”이라고 강조한 것과 대조적이다.
대신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미국과의 대결을 상정한 주야간 해상 타격훈련 장면을 공개하며 군사력을 과시하는 데 주력했다. CCTV는 “섬의 기상 상황은 육지보다 훨씬 복잡하지만 조종사들의 전술능력을 높이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고 전했다. 군사전문가 푸첸샤오는 “중국 고유 영토인 시사군도와 주변 해역에서 주권과 안보를 지키기 위해 다양한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