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 3월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연준을 이끄는 제롬 파월 의장은 미국 경제를 압박하는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올해 남은 일곱 차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때마다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내비쳤다.
세계 중앙은행 격인 연준의 긴축 행보가 공격적이다 못해 파격적인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자, 금융시장도 충격에 휩싸였다.
연준은 26일(현지시간) FOMC 정례회의를 열어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연 0~0.25%로 동결하고, 당초 예정대로 3월 초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을 종료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시장의 관심은 최근 '인플레 파이터'로 돌변한 파월의 입에 쏠렸다. 그는 이날 작심한 듯 3월 금리인상을 기정사실화했다. 파월 의장은 FOMC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오는 3월 중 금리를 올릴 수 있다"며 "팬데믹 기간 중 시행했던 매우 완화적인 통화정책에서 꾸준히 벗어나도록 하는 것이 FOMC의 의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고용 상황이 개선된데다,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 수준(2%)을 크게 웃돌고 있는 만큼 "노동시장을 위협하지 않고 금리를 올릴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파월 의장은 올해 FOMC 회의 때마다 금리를 올리거나,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올해 3월부터 12월까지 일곱 차례에 걸친 FOMC에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연준은 겸손(humble)하고 민첩(nimble)하게 상황을 보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외신들은 파월 의장이 "예상을 뛰어넘는 공격적인 금리인상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으며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성격을 강하게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이날 연준은 대차대조표 축소를 뜻하는 양적긴축 역시 "과거보다 더 일찍, 더 빠른 속도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시기를 언급하진 않았지만, 금리인상 개시 이후 시작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시장에선 연준이 이르면 오는 5월 FOMC에서 양적 긴축을 발표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월가도 파월 의장의 한층 강해진 '매파 본색'을 예의 주시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연준이 향후 회의 때마다 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 시장은 연내 6~7회 금리인상을 반영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JP모건은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은 연준 의장으로서 지금까지의 발언 중 가장 매파적 성격이 강했다"며 "연준은 시장의 3월 금리인상 예상을 강하게 확인시켜 줬다"고 평가했다.
예상보다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연준의 긴축 속도에 금융시장도 요동쳤다. 연준의 금리 움직임에 민감한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이날 1.16%까지 올라 2020년 2월 이후 최고치를 썼다. 뉴욕 증시 역시 장 초반 기술주를 중심으로 급등하다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내용을 악재로 반영한 결과 상승폭을 고스란히 반납한 결과, 다우지수 -0.38%,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0.15%, 나스닥 +0.02% 등 일제히 혼조세로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