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초점] 빅톤으로 보는 앨범의 진화

입력
2022.01.26 09:13

음반보단 음원을 즐겨 듣는 시대가 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밀리언셀러는 가요계 '대세'를 가늠하는 대표적인 척도다. 수백만 장을 거뜬하게 팔아치우는 K팝 스타들의 활약 속 가온차트는 지난해 톱400 기준 최종 음반 판매량을 약 6,000만 장으로 추산했을 정도다.

피지컬 음반의 여전한 인기, 이유는

음원 시장의 꾸준한 강세 속 빠르게 사장될 것으로 전망됐던 음반 시장이 여전히 탄탄한 입지를 지키고 있다. CD로 음악을 감상하는 이들을 거의 찾아보기 힘든 상황 속에서도 앨범에 대한 니즈가 유지된 비결은 앨범 속 구성품으로 포함된 포토카드와 화보집 등 굿즈에 대한 팬들의 소장 욕구였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구성품인 포토카드의 경우 다양한 버전으로 제작돼 랜덤으로 제공되는 만큼, 좋아하는 스타의 모든 굿즈를 소장하고 싶은 욕구는 곧 단일 앨범의 대량 구매로 이어졌다.

앨범 구매시 제공되는 팬사인회 추첨권 등의 특전, 각종 차트 및 시상 결과에 직결되는 판매 성적도 실물 앨범의 대량 구매를 이끄는 대표적인 이유다.

하지만 음원 음반 시장의 양립에 대한 반가움 만큼이나 꾸준히 제기돼 온 문제점도 있다. CD 등 피지컬 앨범에 대한 필요성이 줄어든 지금, 일부 구성품과 차트 성적 기록을 위한 음반 대량 구매는 환경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소장을 위한 구성품을 제외한 앨범들이 상당수 헐값에 중고마켓에서 판매 중이지만 이들의 판매 성공율은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결국 포토카드 등 일부를 제외한 실물 앨범은 구입과 동시에 애물단지가 되고 마는 셈이다.

실물 앨범의 문제점 탈피한 빅톤의 시도

이 가운데 고질적으로 지적돼 온 피지컬 앨범의 한계를 탈피한 새로운 시도가 나왔다. 획기적인 시도로 K팝 팬들은 물론 업계의 이목까지 집중시킨 주인공은 그룹 빅톤이다.

빅톤은 지난 18일 발매한 세 번째 싱글 앨범 '크로노그래프'(Chronograph)을 통해 플랫폼 앨범을 선보였다. 온라인 플랫폼 앨범인 '크로노그래프'는 포토카드와 멤버들이 직접 쓴 메시지 카드만을 실물로 제공한다. 피지컬 앨범 구매시 제공되는 팬 이벤트 응모권이나 차트 반영되는 성적 역시 기존과 동일하다. 대신 CD를 포함한 부가 콘텐츠 일체는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공개하는 방식이다.

빅톤은 해당 플랫폼 앨범을 일정 기간 한정 판매했지만 이를 향한 K팝 팬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포토카드 등 한정된 앨범 굿즈는 직접 소장하되, 불필요한 앨범까지 대량 구매할 필요는 없다는 장점은 소장욕구를 충족시킴은 물론 환경 문제까지 해결할 대안까지 제시했다는 점에서 호평을 이끌어냈다.

빅톤의 플랫폼 앨범 서비스를 제공한 1TAKES 측 역시 이번 시도에 대해 긍정적으로 자평했다. 관계자는 "20일 기준 빅톤의 플랫폼 앨범은 6만 조회 수를 기록했다"라며 호성적에 대한 만족을 드러냈다.

빅톤의 성공적인 플랫폼 앨범 도입 이후 향후 K팝 업계에서는 이같은 형태의 앨범을 활용한 가수들의 행보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실제로 그간 다수의 엔터사들 역시 팬들의 니즈와 환경 문제, 피지컬 앨범의 제작비 등을 고려한 새로운 형태의 앨범에 대한 고민을 이어왔던 바, 지속 가능한 형태로 플랫폼 앨범 문화를 발전시켜 나간다면 앨범 시장에 새로운 지평을 열 가능성은 농후해 보인다.

홍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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