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대장동 개발사업 과정에서 민간사업자의 초과이익 환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의견을 낸 실무자를 질책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양철한)는 24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 전 본부장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남욱 변호사,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의 4번째 공판에서 공사 직원 박모씨를 증인으로 불렀다.
박씨는 대장동 사업 당시 개발사업1처 개발계획팀에 근무하면서 공모지침서 작성 업무에 관여했다. 박씨 증언에 따르면 대장동 공모지침서 초안은 개발사업팀이 아니라, 신설된 전략사업팀에서 작성했다.
박씨는 전략사업팀에서 작성한 공모지침서에 대해 “1,822억 원의 이익을 확정하고 나머지 이익은 공사가 주장하지 않는 형태”였다며 “사업이 잘 될 경우 나머지 수익을 배분할 방법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이 전무하다는 점을 (상사가) 인지했던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상사인 주모씨가 공모지침서에 문제가 많다고 정 변호사에게 이메일을 보냈다고 밝혔다. 주씨는 그러나 이튿날 유 전 본부장에게 질책을 당했다고 한다. 박씨는 “그때 워딩대로라면 ‘총 맞았다’는 표현이 있었다”고 전했다. 또, 주씨가 정 변호사에게 보냈다는 문서에 대해 “빨간색 글씨가 10군데 정도 있었다”고 했다.
박씨는 유 전 본부장이 주씨를 불러 질책한 사건을 두고 “이후 그런 일이 별로 없었던 걸로 봐서 이례적인 일로 본다”고도 증언했다.
대장동 사업이 유 전 본부장 지시에 따라 개발사업 2처에서 1처로 이관됐다는 진술도 나왔다. 개발사업2처장으로 근무했던 공사 소속 이모씨는 "성남시의회에서 대장동 사업에 대한 타당성 의결을 받은 뒤 유 본부장이 1처장(김문기)과 2처장인 저를 불렀다”며 “1처가 (대장동 개발사업을) 하는 게 어떠냐 하기에 제가 유한기 전 개발사업본부장에게 여쭤봤더니 그렇게 하라고 해서 변경됐다”고 말했다. 업무가 이관된 날은 2015년 2월 6일로, 화천대유가 설립된 날이다.
이씨는 유한기 당시 본부장이 공모지침서 공고 전에 비공식으로 자신에게 검토를 해보라고 지시해 다음날 포스트잇으로 초과이익 환수 조항에 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검토보고를 올렸다고도 했다.
유 전 본부장은 김씨 등과 공모해 화천대유 측에 최소 651억 원가량의 택지개발 배당 이익과 최소 1,176억원에 달하는 시행 이익을 몰아줘, 공사에 그만큼의 손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김씨와 남 변호사, 정 회계사 등으로부터 8억5,200만 원의 뇌물을 받고 700억 원 가량을 받기로 약속한 혐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