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 주요 사안은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대통령 취임사에서 국민들에게 한 약속이다. '불통' 꼬리표가 따라다닌 박근혜 정부와는 다르겠다는 다짐이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스스로의 말을 지키지 않았다. 임기를 약 4개월 앞둔 문 대통령은 '소통에 인색했던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 유력해졌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마지막 신년 기자회견이 무산됐다고 24일 갑작스레 밝혔다. 문 대통령이 중동 3개국 순방을 마치고 22일 귀국한 이후 청와대는 기자회견 채비를 하고 있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이 된 만큼 방역 대응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국민을 대신해 질문하는 언론과 직접 소통하는 기회가 여의치 않게 돼 매우 아쉽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매해 신년 기자회견을 했다. 대선이 임박한 올해엔 현직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청와대는 수석비서관실별로 예상 질문을 모으는 등 준비를 진행해 왔다.
청와대는 오미크론 대처가 시급하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문 대통령이 중동 순방으로 일주일 넘게 청와대를 비운 사이 국무총리실과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의 방역 업무는 무리 없이 이뤄졌다. 오미크론 확산에 따른 국민들의 불안을 문 대통령의 육성으로 달래는 것이 오히려 정공법일 수 있다.
이에 문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내세울 새로운 국정 성과가 충분하지 않은 데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조해주 전 중앙선거관리위 상임위원장 사퇴 잡음 등 문 대통령을 곤란하게 할 현안들이 많은 것이 기자회견 무산의 진짜 이유가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다. 문 대통령이 대선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려는 것이라는 해석도 없지 않다.
문 대통령은 결과적으로 ‘낮은 자세로 국민과 소통하는 지도자’가 되겠다는 공약을 지키지 못했다. 문 대통령의 대국민 소통 실적은 역대 대통령들보다 저조하다. 문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는 2번, 기자회견은 7번 했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기자회견·언론브리핑을 합해 각각 약 150번), 이명박 전 대통령(약 20번)보다 미흡하고, 탄핵돼 임기를 채우지 못한 박근혜 전 대통령(5번)과 비슷한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