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가 보건복지부 관리들을 만난 자리에서 최근 추진 중인 정부의 국민연금 대표소송 개정 방안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주주대표소송의 결정권을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에 일원화시키겠다고 나선 정부 방침에 대한 반발이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주주대표소송 결정권 일원화에 대한 결정 권한은 (복지부가 아닌)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대한상공회의소와 중소기업중앙회·한국경영자총회·한국무역협회·한국상장사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한국산업연합포럼은 이날 서울 중구 대한상의 회관에서 양성일 보건복지부 1차관과 가진 비공개 간담회에서 대표소송 수탁위 일원화에 대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경영계 성토를 접한 복지부는 재계 입장 등을 고려해 2월 말 최종 논의하기로 했다. 재계에선 일정 연기를 두고 복지부가 한발 물러선 것이란 해석을 내놨지만, 복지부 측은 "사실과 다르게 왜곡된 부분들에 대해 설명한 자리였다"며 "2월 말 정기적으로 열리는 기금위에서 수탁자책임활동 지침을 재논의해보자고 이야기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제단체들은 이날 간담회에서 주주대표소송 결정권을 수탁위로 일원화할 경우 소송이 남발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우려하면서, 기업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지적했다. 간담회 참석 단체에 따르면 이날 참석자들 모두 강력하게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가나 국가에 준하는 기관이 운영하는 연기금이 자국 기업을 상대로 소송하는 사례가 없었다는 점과 자문기구에 불과한 수탁위가 국민연금의 주주대표소송 문제를 결정할 법적 근거도 없다는 부분 등을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복지부는 경제단체가 지속적으로 요구했던 '전면 보류' 의사를 내비치진 않았지만, 경영계 우려사항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해 기금위에 전달하겠다는 방침을 전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경영계가 우려를 표한 만큼 그에 대한 사실관계를 전달할 것"이라며 "판단은 기금위가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금위는 국민연금기금의 운용·관리에 관한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권덕철 보건복지부장관이 위원장을 맡고 사용자·근로자·지역가입자 대표 및 관계전문가 등으로 구성돼 있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달 24일 ‘수탁자 책임 활동 지침’ 개정안을 제10차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 상정했다. 개정안엔 국민연금의 대표소송 결정 주체는 원칙적으로 기금운용본부가 담당하고, 예외적 사안에 대해서만 수탁위가 판단하기로 돼 있는 현재의 제도를 바꿔 대표소송 권한을 수탁위로 일원화하겠다고 명시돼 있다. 2월 말 대면 회의로 열릴 기금운용심의회엔 경총과 대한상의, 중기중앙회가 사용자 대표로 참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