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를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막기 위해 외교적 노력을 끈질기게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 동맹의 지지를 재확인하며 미국의 군사지원을 거듭 약속했다.
19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면담한 블링컨 장관은 “우리의 힘은 단결력을 유지하는 데 달려 있고, 그것은 우크라이나 내 단결도 포함한다”며 “우크라이나와 이 나라의 민주적 열망을 지지하는 미국과 동맹국의 뜻은 변함없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없이 우크라이나 문제를 논의하지 않겠다’는 기조를 강조한 것이다. 또 “러시아는 분열을 조장하려 하지만, 우리는 분열하지 않을 것이며 그들이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군사력 증강에 대응하기 위한 미국의 군사지원 방안도 논의됐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해 미국은 2014년 이후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안보 지원을 했고, 지난 몇 주에 걸쳐 이루어진 지원에 이어서 향후 몇 주 동안 추가 지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미 행정부는 우크라이나에 2억 달러(약 2,400억 원) 규모 군사지원을 추가로 제공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군대의 현대화를 위해 특히 지금처럼 힘든 시기에 도움이 필요하다”며 “블링컨 장관의 방문은 우크라이나의 독립과 주권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다시 한번 보여준다”고 사의를 표했다.
블링컨 장관은 뒤이어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공격을 막고 대화와 평화를 진전시키기 위해 끊임없는 외교적 노력을 계속하겠다”며 “동시에 우크라이나의 국방력 강화를 위한 노력도 지속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아울러 “러시아 제재 방안에 관해 유럽 동맹 국가들과 긴밀히 논의하고 있다”며 금융 제재와 수출 규제 등을 거론했다.
앞서 키예프 주재 자국 대사관 직원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그는 “이 문제를 외교적이고 평화적인 여정에 남겨두길 바라지만, 최종 결정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달려 있다”며 러시아에 외교적 해법 모색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한 국가가 힘으로 다른 국가의 국경을 변경시킬 수 없다’는 국제 체제 원칙을 위반한다면 ‘판도라의 상자’를 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블링컨 장관의 우크라이나 방문은 우크라이나 접경지역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이뤄졌다. 최근 서방과 러시아 간 연쇄 협상이 성과 없이 끝난 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북부 국경과 인접한 벨라루스에 대규모 병력을 파견해 우크라이나를 포위했다. 이에 맞서 미국과 영국, 캐나다도 우크라이나에 무기 및 병력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20일 독일 베를린으로 건너가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주요 동맹국 대표들과 우크라이나 사태 대응책을 논의한다. 21일에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의 담판에 나선다. 앞서 러시아는 자국 안전보장안에 대해 문서화된 답변을 달라고 미국에 요구한 상태다. 하지만 이날 블링컨 장관은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또 외교를 추구할 기회가 남아있는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면서 “아직 문서 답변을 건넬 시기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