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6일 서울대 기숙사 화재 당시 학생 대부분이 경보를 듣지 못한 이유는 방재실 직원이 경보기가 오작동했다고 잘못 판단해 세 차례나 경보를 껐기 때문으로 드러났다.(▶관련기사: [단독] 서울대 기숙사에서 불 100여 명 대피… "화재 경보음 안 울렸다") 학교 측의 안이한 대처로 초기 진화에 실패하면서 수동 경보기마저 고장났고, 이 때문에 기숙생 대피가 늦어져 16명이 병원에 이송되는 상황에 이른 셈이다.
19일 서울대에 따르면 16일 오후 3시 서울대 관악학생생활관(기숙사) 919동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당시 1층 방재실에서 근무하던 직원은 폐쇄회로(CC)TV 촬영 장면을 보여주는 관제시스템에서 화재 지점을 찾지 못하자 경보를 중단시켰다. 불이 난 지점은 다름 아닌 방재실 내 창고였지만, 창고엔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아 발화 사실을 즉각 알아채지 못했다는 게 학교 측 해명이다. 기숙사 관계자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경보가 세 차례 울린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담당 직원은 학생들이 놀랄까봐 껐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불길이 방재실 창고에서 관제 공간으로 옮겨 붙으면서 수동 경보기도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919동 B동에 거주하는 학생 김모(19)씨는 화재를 인지하고 2층 로비로 내려와 경보기를 수동 조작하려 했지만 작동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기숙사 관계자는 "방재실에 불이 번지면서 건물 경보시스템 자체가 고장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 화재로 기숙사에 있던 137명(구조 9명 포함)이 대피하고 이 가운데 연기를 들이마신 16명은 병원으로 이송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보 체제 마비가 대피 지연으로 이어지면서 부상자가 늘어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기숙생들은 학교 측의 사고 대응을 질타했다. 당시 현장에서 대피를 주도했던 정영훈(24)씨는 "(919동 4개 건물 중 하나인) D동의 경우 구석에 있어서 화재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며 "919동 구조를 잘 아는 기숙사 운영팀에서 대피 안내를 제대로 하지 않아 생긴 일"이라고 지적했다. 불이 난 지 50분이 지나서야 D동에서 빠져나왔다는 주홍렬(24)씨는 "(학교 측이) 사이렌이 없었다면 확성기라도 사용해 화재 사실을 알렸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