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국내 주요 대학과 손잡고 차세대 통신 기술 인재 양성에 나선다. 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 중인 6세대(6G) 이동통신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이다.
삼성전자와 고려대는 17일 열린 협약식에서 차세대 통신학과를 전기전자공학부에 채용연계형 계약학과로 신설한다고 밝혔다. 이 학과에선 6G를 포함해 차세대 통신 기술이 핵심 내용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우수 인력을 육성하기 위해 현재 통신과 반도체 분야에서 국내 7개 대학과 협력해 총 9개의 계약학과·연합전공을 지원하고 있다.
고려대는 2023년부터 매년 30명의 신입생을 차세대 통신학과로 선발할 예정이다. 학생들은 통신 분야의 이론과 실습까지 연계된 실무 맞춤형 교육을 통해 통신 인재로 육성된다. 입학생들에겐 졸업 후 삼성전자 입사가 보장되고, 재학 기간 동안 등록금 전액과 학비보조금도 산학장학금으로 지원된다. 또 삼성전자 인턴십 프로그램 참가, 해외 저명 학회 참관 등 다양한 체험 기회도 제공된다.
삼성전자는 앞선 지난해 7월 포항공과대에 이어 9월엔 서울대와 차세대 통신 인재 양성에 필요한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연합전공을 선택한 학생들은 본인 전공 외에 일정 학점 이상의 연합전공 과목을 이수하면서 장학금 혜택을 지원받고, 졸업 후 삼성전자에 입사하게 된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차세대 통신 분야의 인재 양성에 적극 나선 이유는 6G 시장의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아직까지 6G에 대한 공식 기술 규격 등이 제정되지 않았지만, 학계에선 5G보다 데이터 전송 속도가 최대 50배 빠르고 지연 시간도 10분의 1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125기가바이트(GB)의 대용량 데이터를 1초 만에 옮길 수 있는 속도가 구현된다는 의미다. 기지국에 접속 가능한 기기의 수도 대폭 늘어난다. 스마트폰 등 전자제품은 물론이고 자율주행, 스마트팩토리, 도시 인프라 등 모든 사물이 인터넷에 연결되는 만물인터넷(IoE) 시대도 빨라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2019년 선행 연구조직인 삼성리서치에 차세대통신연구센터를 설립해 6G 선행 기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2020년엔 6G 백서에서 '새로운 차원의 초연결 경험을 제공한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초 서울 우면동 소재의 삼성리서치를 방문, 6G 기술의 미래 중장기 전략 점검에 나서면서 차세대 통신을 일찌감치 미래 먹거리로 낙점했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는 5G에 이어 6G에서도 세계 최초 상용화 기록에 도전할 계획이다. 네트워크 사업에선 일반적으로 장기 계약으로 진행되는 만큼 초기 시장을 선점한 업체가 유리하다. 특히 6G의 경우 수많은 인프라에 구축되는 만큼 안정성을 먼저 확보한 업체가 더 많은 점유율을 가져갈 수 있다.
전경훈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장 사장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이 융합되는 통신 시장의 변화에 발맞춰 통신 분야에 특화된 융복합 인재 양성을 위해 고려대와 차세대 통신학과를 설립하기로 했다"며 "차세대 통신을 위한 새로운 가치 창출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