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서구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현장에서 지난 11일 발견된 첫 희생자 A(66)씨 빈소가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유족은 조용한 분위기에서 가족장례를 치르면서도 건설 현장에서 30년 가까이 일했던 베테랑 아버지가 사고를 당했다는 사실 자체를 여전히 믿기 어렵다며 황망해했다.
A씨는 사고 당일 다른 실종자 5명과 함께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201동 28~31층에서 창호 및 소방설비 공사를 하던 중 봉변을 당했다. 상주인 아들 B씨는 "이번 설에 당연히 (아버지를) 뵐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부검 결과 1차 소견은 추락 사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발성 장기손상이었다.
유족은 A씨 구조 후 시신을 직접 보지 못했다. 17일 B씨는 입관을 앞두고 "처음 광주한국병원에서 사진만 봤다"며 "외상이 너무 심해 오늘 염을 해도 보기가 힘들다고 해서 옷이나 포를 덮은 상태로 (시신을)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입관을 마치고 돌아온 A씨 딸은 말을 잇지 못한 채 울음만 토해냈다. 유족은 고령인 A씨 모친에게 사고 소식을 전하지 못하다 장례식장을 마련한 뒤에야 A씨 사망 소식을 뒤늦게 전할 수 있었다.
HDC현대산업개발 측은 빈소가 마련된 16일 조문을 다녀간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은 "A씨를 비롯한 실종자에게 사과하라는 의미에서 방문을 받아줬다"고 밝혔다.아들 B씨는 "현장에서 가장 일을 많이 하는, 저희 아버지 같은 사람들이 언제 그런 사람들을 만나서 사과를 받아보겠냐"고 비통한 심정을 전했다. 정몽규 HDC 회장이 사퇴 입장을 밝힌 데 대해서는 "사태를 처리하지 않고 도망가는 느낌"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오전에는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빈소를 찾기도 했다. 오전 8시쯤 빈소를 찾은 심 후보는 유족에 위로를 건네며 조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