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사람의 뇌와 유사한 형태로 추론까지 가능한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삼성전자는 이로써 급성장세인 AI 반도체 시장에서도 기술 초격차 전략을 구사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는 12일 자기저항메모리(MRAM) 기반의 '인-메모리(In-Memory) 컴퓨팅'을 세계 최초로 구현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학술지인 네이처에 게재됐다.
정승철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전문연구원이 제1저자로 성과를 가져온 이번 연구엔 함돈희 종합기술원 펠로우 및 하버드대 교수와 김상준 종합기술원 마스터가 공동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반도체연구소, 파운드리사업부 연구원들도 공동으로 연구에 참여했다.
기존 컴퓨터(PC)는 데이터와 관련, 저장용 메모리 칩과 연산용 프로세서 칩 등으로 구성된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인-메모리 컴퓨팅은 데이터 저장과 연산을 하나의 칩에서 수행하는 기술이다. 메모리 내 대량의 정보를 이동 없이 메모리 내에서 병렬 연산하기 때문에 전력 소모가 현저히 낮아, 차세대 저전력 AI 칩을 만드는 유력한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AI 칩의 수요는 최근 AI 기술이 서버나 클라우드에서부터 모바일과 자동차, 가전 등을 포함한 전 산업에 걸쳐 확산됨에 따라 급증하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2025년까지 AI 반도체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이 약 30%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MRAM은 데이터 안정성이 높고 속도가 빠른 장점에도 불구하고, 낮은 저항값 때문에 인-메모리 컴퓨팅을 구현하는 데 애로사항도 적지 않았다. 삼성전자 연구진은 이런 제한을 극복하고 저전력 설계에 성공하면서 숫자 분류에선 최대 98%, 얼굴 검출에선 93%의 정확도로 동작하는 것을 검증했다.
삼성전자는 향후 세계 최고 수준의 메모리 기술 역량을 시스템 반도체 기술과 접목, 차세대 AI 반도체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기술 리더십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이번 연구는 시스템 반도체 공정과 접목해 대량 생산이 가능한 비휘발성 메모리인 MRAM을 세계 최초로 인-메모리 컴퓨팅으로 구현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연구진은 또한 새로운 구조의 MRAM 칩을 뉴로모픽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도 제안했다. 뉴로모픽 반도체는 사람의 뇌와 좀 더 유사하게 동작하도록 설계, 더 효율적인 프로세서를 지향하는 반도체다.
정승철 전문연구원은 "인-메모리 컴퓨팅은 메모리와 연산이 접목된 기술로, 기억과 계산이 혼재된 사람의 뇌와 유사한 점이 있다"며 "이번 연구가 향후 실제 뇌를 모방하는 뉴로모픽 기술의 연구 및 개발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