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외벽 붕괴 사고 이틀째인 12일 실종자 구조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소방 구조대원과 구조견을 투입한 건물 내부 수색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고, 건물 외부 수색은 타워크레인 붕괴 우려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철저한 사고원인 규명을 주문한 가운데, 검찰은 광주지검에 합동수사본부를 꾸렸다.
12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 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사고 발생지인 201동 건물의 안전점검을 거쳐 오전 11시 20분쯤 구조견 6마리와 핸들러를 들여보내 실종된 작업자 6명의 행방을 찾았다. 타워크레인 전도와 건물 추가 붕괴 우려를 들어 전날 오후 8시쯤 수색을 중단한 지 15시간여 만이다. 오후엔 구조대원 25명이 추가 투입됐다. 내부 수색은 지하층부터 38층까지 진행됐지만 실종자를 발견하지 못했다.
건물 외부 수색엔 열화상카메라가 장착된 드론이 동원됐다. 건물 외벽에 고정 설치됐던 타워크레인이 전날 사고로 넘어질 위험이 커지면서 수색 인력 투입이 어려운 상황을 감안한 대책이지만, 무너진 벽체 잔해가 많이 쌓여 있어 수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방당국은 열화상카메라에 특이점이 잡히지 않았다고 밝혔다.
실종자 6명은 사고 당시 201동 건물 27~32층에서 스프링클러 등 소방설비 설치와 벽돌 작업 등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당국은 실종자들이 사고 충격으로 건물 내부에 없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외부 수색 속도를 높일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타워크레인 해체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승우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차관)은 이날 사고 현장을 찾아 "타워크레인 해체가 필요하다면 중장비와 인력을 투입하겠다"며 "지상의 붕괴 잔해물도 장비를 투입해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수색 성과 부진에 항의하는 실종자 가족들이 이 본부장에게 면담을 요구하면서 경찰과 몸싸움을 하기도 했다.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은 13일 해체 장비를 반입해 17일까지 해체를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이번 사고와 관련해 "최근 잇따른 안전사고의 근본적 원인을 철저히 조사하라"면서 "(안전사고의) 사전 예방과 재발 방지 등 후속 조치에 만전을 기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대검은 광주지검과 광주경찰청, 광주고용노동청을 중심으로 합동수사본부를 꾸려 철저히 수사할 것을 지시했다.
경찰은 HDC현대산업개발 현장소장 A씨를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A씨는 공사 현장에 대한 안전 관리를 소홀히 해 이번 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혐의(업무상과실치상)를 받고 있다. 경찰은 A씨와 골조공사 하청업체 대표 B씨, 감리자 C씨에 대해 출국금지를 신청했다. 광주시 재난안전대책본부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을 맡은 시내 모든 공사 현장에 공사중지 명령을 내렸다.
유병규 HDC현대산업개발 대표는 이날 사고 현장을 찾아 "있을 수 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피해를 본 가족들에게 깊이 사죄드린다"며 공개 사과했다. 하지만 회사는 사고 요인으로 지목된 무리한 공기 단축 의혹은 부인했다. 회사 관계자는 "사고가 난 201동의 타설 작업은 사고발생일 기준 (층당) 최소 12일부터 18일까지 충분한 양생 기간을 거쳤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