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외벽 붕괴 사고가 발생한 광주광역시 서구 주상복합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은 이번 사고 이전에도 안전 문제를 우려하는 주민 민원이 많았던 곳으로 파악됐다. 특히 쇠붙이와 콘크리트 재질의 공사 자재가 떨어지면서 구의회에서 인명 피해 우려까지 제기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HDC현대산업개발이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공사를 시작한 2019년 5월부터 이달까지 붕괴 사고 지점인 2단지에선 400~500건의 민원이 제기됐다.
환경문제를 관할하는 구청 기후환경과에만 소음과 먼지 피해로 324건의 민원이 제기됐다. 건설과와 주택과 등에도 진동, 낙하물, 공사 관계자의 불법 주정차 등을 문제 삼는 민원이 다수 발생했다. 2020년 9월엔 공사 현장 인근 도로가 파손돼 공사장 진출입로를 지나던 오토바이 운전자가 낙상 피해를 당해 구청에 민원을 제기한 적도 있다.
구의회로도 관련 민원이 여러 차례 제기됐다. 김수영 서구의회 사회도시위원장은 "공사 현장 주변 주민들로부터 분진, 소음 등 민원이 많이 제기돼 구청에 관리 감독을 요구하고 현장에 나가 중재도 했다"고 말했다.
민원은 급기야 시위로도 발전했다. 주민들은 공사장 주변의 지반 침하, 건물 누수 등을 지적하며 지난해 6월부터 공사 현장 주변에서 시위를 진행했다. 한 숙박업소 운영자는 "다른 주민들과 함께 서구청에 민원을 1,500번 이상 넣었고, 숙박업소 1층도 (공사 때문에) 균열이 갔다"고 말했다.
화정 아이파크 공사를 둘러싼 민원이 워낙 잦다 보니 구의회에서도 관련 사안이 여러 차례 논의됐다. 지난해 7월 본회의에선 인근 주민들이 공사 현장 낙하물이라며 수집한 자재들이 사진으로 공개되기도 했다.
업계에 사진 속 자재의 용도를 문의한 결과, 핀 모양의 철제 낙하물은 콘크리트 타설 전에 콘크리트 모양을 잡아줄 거푸집(갱폼)을 만들 때 결속하는 용도로 쓰이는 부품으로 추정된다. 사진엔 콘크리트 양생(굳힘) 후 거푸집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떨어진 것으로 보이는 콘크리트도 있었다.
해당 사진을 공개한 정우석 구의원은 본회의 발언에서 당시 아이파크가 20층 정도까지 올라간 터라 공사 자재 낙하로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당시 "주민들이 20층 높이에서 떨어진 돌덩이나 핀에 맞게 된다면 부상 이상의 심각한 상황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며 "서구청은 (이 문제가) 언론에 보도된 뒤 개입할 생각인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HDC현대산업개발에서도 민원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회사는 민원을 해소하기 위해 안전조치를 충실히 이행했는지에 대해선 확답하지 않았다. 회사 관계자는 "민원사항은 구청을 통해 시공사에 전달돼 파악하고 있었다"며 "안전조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있다면 겸허히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구청 책임론도 제기된다. 공사 초반 민원이 제기됐을 때 구청에서 적극적으로 감독에 나섰더라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거란 주장이다. 정우석 의원은 "구청에서 민원 해결에 소극적으로 임했고 감시감독 기능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