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한 달간 시중에 풀린 돈이 전월보다 40조 원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재난지원금 지급 효과가 지속된 데다 투자자들의 주식 매도세가 가팔라진 영향이 컸다. 위태로운 자산시장을 떠난 뭉칫돈은 계속해서 예금 등 안전처로 방향을 틀고 있는 분위기다.
1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통화 및 유동성'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평균 광의 통화량(M2 기준)은 3,589조1,000억 원으로 10월(3,549조7,000억 원)보다 39조4,000억 원(1.1%) 늘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12.9% 증가했는데, 이는 2008년 12월(13.1%) 이후 최고 증가율이다.
넓은 의미의 통화량 지표 M2에는 현금, 요구불예금, 수시입출금식 예금(이상 M1)에다 △MMF(머니마켓펀드) △2년 미만 정기예금 △CD(양도성예금증서) △RP(환매조건부채권) 등 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단기 금융상품 등이 포함된다.
금융 상품별로 보면 정기예·적금이 13조9,000억 원 늘면서 전체 증가세를 주도했고, 금융채와 수익증권도 각각 6조1,000억 원, 5조3,000억 원씩 늘었다. 수신금리 상승 영향 등으로 불안한 자산시장을 떠난 시중 자금이 은행 상품 등 비교적 안전지대로 방향을 틀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경제 주체별로는 증권사 등 기타 금융기관에서 19조4,000억 원, 가계 및 비영리단체에서 17조2,000억 원 늘었다. 특히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경우 주택 대출 증가세 둔화에도 불구하고 10월부터 이어진 재난지원금 지급 효과와 주식 등 대체자산 매도 등의 영향으로 전월(16조4,000억 원)에 이어 높은 증가세를 이어갔다.
기업 역시 14조5,000억 원 증가했다. 한은은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 증가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유상증자 등 직접 자금 조달 규모도 확대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