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승계하려… 페이퍼컴퍼니에 이익 넘기고 해외공장 헐값 매각

입력
2022.01.12 11:45
인천본부세관, 가전업체 전 대표 등 검찰 송치

자녀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기 위해 회삿돈을 해외로 빼돌리고 해외공장을 불법 증여한 중견 가전업체 소유주가 세관에 적발됐다.

인천본부세관은 특정경제범죄법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A씨 등 B사 전현직 대표 3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12일 밝혔다. A씨는 해외공장에서 가전제품을 임가공해 국내외에 납품하는 회사의 최대 주주로, 세관이 조사에 착수하자 최근 대표 자리에서 물러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2017년 자녀 명의로 홍콩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뒤 국내에 있는 본사 이익을 해외로 빼돌리고 해외공장을 헐값에 매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4,000만 달러(475억 원) 상당의 국내 거래처 주문계약을 본사가 아닌 페이퍼컴퍼니와 체결시켜 본사가 얻을 이익금 200만 달러(23억 원)를 빼돌리는 수법을 썼다. 또 220억 원 상당 해외공장을 자녀에게 불법 증여하기 위해 홍콩에 지인 명의로 또 다른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뒤 공장을 이 회사에 헐값인 5억 원에 팔았다. 공장 매각 대금도 자녀 명의 페이퍼컴퍼니에 송금했다.

인천본부세관은 압수수색 등을 통해 A씨의 불법 승계 계획이 들어있는 사업계획서 등을 확보했다. 사업계획서에는 A씨가 해외 비자금으로 해외 공장뿐만 아니라 국내 본사까지 자녀에게 승계하려고 했던 계획이 담겨 있었다. A씨는 세관이 조사에 착수하자 수년간 숨겨온 자녀 소유 페이퍼컴퍼니를 특수관계인으로 공시했다.

세관 관계자는 "장외 거래를 통해 B사에 투자한 3,500명의 주주들, 수백억 원 상당 자금을 빌려준 국내 금융회사의 피해를 예방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앞으로 무역과 외환 거래를 악용해 불법적인 범죄 수익을 취하는 수출입 업체를 지속적으로 단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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