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격대출 동나고, 2금융권 몰리고… '대출 절벽' 새해에도 여진 지속

입력
2022.01.11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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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금리 적격대출 찾는 수요 많아
저축은행 대출 100조 돌파 전망
2금융권 대출, 금리 인상기 뇌관 될 수도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금융권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대출 절벽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시중은행 대출금리 급등으로 저금리 정책금융상품인 적격대출 상품은 판매를 개시하자마자 동났고 2금융권에 대출 수요가 몰리고 있다. 일각에선 금리 인상기에 2금융권 대출 증가는 경제를 위협하는 '뇌관'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올해 첫 영업일인 지난 3일 오전 적격대출 1월 판매 한도인 330억 원어치를 모두 팔았다. NH농협은행도 올해 1분기 몫으로 책정해둔 적격대출을 지난 4일 소진했다. 지난해 하반기 대출 총량 규제를 강하게 적용받은 금융권이 올해 가계대출을 재개한 가운데, 적격대출을 찾는 수요가 특히 많다는 의미다.

적격대출은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은행, 보험사에 위탁해 판매하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상품이다. 통상 적격대출은 장기 고정금리 상품이라 변동금리 등 다른 주담대 상품보다 금리가 높다. 하지만 최근 대출금리가 치솟자 금리 면에서 유리해진 적격대출을 이용하려는 차주는 증가하고 있다. 올해 1월 적격대출 금리는 연 3.4%인 반면 KB국민은행의 혼합형 주담대 최저 금리는 3.72%다.

2금융권 대출금리가 은행보다 낮은 역전 현상도 이어지고 있다. 금융권에서 가장 안전한 은행 대출금리가 2금융권보다 빠르게 오르면서 발생하는 기현상이다. 지난해 11월 상호금융권 가계대출 가중평균금리는 연 3.42%로 연 3.61%인 은행권보다 낮다. 지난달 주요 보험사 주담대 금리 역시 최저 3.55~3.75%, 최고 4.31~5.05%로 4대 시중은행 금리(최저 3.73~4.12%·최고 4.35~5.06%)를 밑돈다.

2금융권으로 대출 수요가 몰리면서 지난해 10월 말 기준 95조5,783억 원이었던 저축은행 대출 잔액은 이달 100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2금융권 대출은 올해부터 강화된 차주별 DSR 규제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DSR 규제 강도가 센 은행권에서 대출이 막힌 차주가 2금융권으로 몰릴 수밖에 없어서다.

일각에선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당분간 금리가 더 오를 일만 남았는데, 2금융권 대출 증가는 부실 가능성을 키운다고 우려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은 금리 인상 직격탄을 맞는 취약 차주, 다중 채무자가 많아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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