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공급과잉 우려 수준' 최대 공급 예고...아파트값 계속 빠질까

입력
2022.01.10 17:30
세종 매매가격 작년 전국에서 나 홀로 하락
단기 급등 피로감, 공급 물량 늘어난 영향
올해 7000가구 공급으로 안정세 지속 전망

지난해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아파트값이 떨어진 세종에서 올해는 6년 만에 최대 물량이 공급된다. 세종 아파트 매매가격은 부동산 시장 활황에도 분양 물량이 적었던 2020년 전국 최고 상승률을 찍었지만 지난해 5월부터 가격 급등에 따른 피로감, 매수 심리 위축 등으로 상승세가 꺾였다. 올해는 7,000가구 공급이 예정돼 있어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0일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에 따르면 올해 세종 산울리, 합강리, 집현동, 고운동 등 4개 생활권에 공동주택 7,027가구가 공급된다. 분양주택은 4,142가구, 임대주택은 2,885가구다. 올해 공급 물량은 2016년(1만5,479가구) 이후 최대다.

부동산R114가 집계한 세종 아파트 분양 물량은 행정수도 조성이 본격화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1만 가구 이상이었지만 2017년부터 5,500~6,000가구로 줄었다. 2020년에는 856가구에 그쳤고 지난해에는 4,994가구로 다시 늘었다.

세종 아파트값은 공급 가뭄이 극심했던 2020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그해 한국부동산원 주간 통계상 매매가격 누적 상승률은 42.0%로 전국 최고였다. 당시 여당을 중심으로 행정수도 이전 논의가 속도를 내면서 집값을 자극했다. 하지만 작년 들어 오름폭이 점점 줄어들더니 5월 셋째 주(-0.10%)부터 하락으로 돌아섰다.

7월에 반짝 상승하기도 했지만 같은 달 마지막 주부터 올해 첫째 주까지 24주 연속 하락세가 지속됐다. 지난해 마지막 주에는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대 하락 폭인 -0.63%를 찍기도 했다. 그 결과 지난해 누적 상승률은 -0.9%로 전국 17개 시도 중 나 홀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세종 아파트 매매시장이 올해도 하향 안정세를 이어갈 것으로 본다. 2년 전 아파트값이 워낙 크게 올라 고점 인식이 확산된 데다, 앞으로 시장에 풀리는 물량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2·4 주택 공급대책'의 후속 조치로 세종 조치원읍과 연기면에 1만3,000가구 규모의 신규 택지 조성계획을 발표했다.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가 나올 만한 물량이다.

세종은 확고한 하향 안정세 추세로 인해 개발 호재도 통하지 않는 분위기다. 지난해 9월 말 세종에 국회의사당 분원을 설치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아파트값 반등은 일어나지 않았다. 고운동 '가락마을 18단지' 전용면적 100.8986㎡는 지난해 3월 8억9,700만 원(8층)으로 신고가를 찍은 뒤 12월에는 7억8,000만 원(16층)에 거래돼 1억 원 넘게 떨어졌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매수 심리가 위축되고 대선 이후 의사 결정을 하려는 수요자가 많아 상반기는 현재 하락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다만 분양시장은 전국구 청약, 분양가상한제, 세종 내 갈아타기 수요 등이 있어 호조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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