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건강식품업체에 근무하는 A 과장은 지난해 여름 일본 도쿄 주재원으로 발령을 받았으나 아직 한국에 있다. 일본 기업 취업이 내정돼 지난해 4월 1일 자로 입사하기로 돼 있던 B씨도 1년째 ‘내정자’ 신분으로 한국에 있다. 2년째 외국인 신규 입국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일본 정부의 방역 대책 때문이다.
관광객 입국이나 새로운 변이가 발생한 특정 국가로부터 입국을 일시적으로 제한하는 다른 나라와 달리, 일본은 모든 국가에서 비즈니스나 유학, 취업 등 장기체류 목적으로 반드시 입국해야 하는 외국인의 경우까지 입국을 금지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본 내 언론조차 ‘쇄국 정책’이라 부르며 비판하는 실정이다.
10일 산케이신문은 일본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의 유입을 막기 위해 실시 중인 외국인 신규 입국 금지 정책을 계속할 방침을 굳혔다고 복수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애초 일본 정부는 지난해 11월 8일부터 비즈니스나 유학 목적 장기체류자에 한해 차례로 입국 신청을 받기로 했으나, 한 달도 안 돼 오미크론을 막겠다며 전보다 강한 입국금지 정책으로 돌아갔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9일 후지TV에 출연, “사흘 연휴가 끝난 후 11일 (입국금지 대책의 계속 여부를) 정식 판단하겠다”고 밝혔으나 산케이는 이미 정책을 계속할 방침이 섰다고 보도한 것이다. TV 출연 당시 기시다 총리는 “오미크론의 실태가 충분히 해명되지 않았다. 신중에 신중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2020년 코로나19 발생 직후부터 일본 정부는 전 세계적으로 비슷한 사례를 찾기 힘들어 ‘쇄국정책’으로까지 불리는 외국인 신규 입국 금지정책을 고수해 왔다. ‘제로 코로나’ 정책을 내세운 중국조차 격리기간이 길 뿐 비즈니스나 유학 목적의 장기체류자 입국을 허용하는 데 반해, 일본은 아예 입국을 막는 방식으로 대응해 온 것이다. 지난해 중의원 선거와 올해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국민 여론을 거스르지 않기 위한 정치적 목적이 크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 정책으로 인해 해외 유학생이 일본에 오지 못하고, 대학 간 학생 교류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에 따르면 도쿄대는 지난해 가을 교환학생으로 해외에 49명을 보냈지만 일본에 받아들인 학생은 한 명도 없다. 이런 일이 2년째 계속되자 미국 캘리포니아대나 존스홉킨스대, 미네소타대, 호주 국립대 등 여러 대학이 올봄 예정된 교환학생 파견 중단을 통보했다.
외무성에 따르면 이달 7일 기준 전 세계에서 유학생 입국을 거부하는 나라는 주요 7개국(G7) 중 일본뿐이다. 일본처럼 강도 높은 입국 규제를 해 왔던 호주마저 지난해 12월 15일부터 백신 접종과 PCR 검사 의무화 등의 조건으로 규제를 완화했다. 신문은 “2019년도 일본의 대학을 졸업한 외국인 유학생 중 일본에서 취업한 사람이 40%에 가까운 약 1만 명에 달했다”며 “’쇄국’이 계속되면 외국인 학생이 일본을 이탈해 기업의 인재 확보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