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안 하지만...저를 빌려드려요" 38세 일본인 쇼지의 돈벌이

입력
2022.01.10 15:10
24면
커피 마시고, 밥 먹고, 쇼핑에 따라가고
고객과 단순히 시간만 보내는 쇼지씨
'외로움 느끼는 일본인 많아 호황' 분석


여기 이상한 직업을 가진 남자가 있다. 주인공은 올해 38세의 일본인 모리모토 쇼지. 그는 임대업에 종사한다. 뭔가 빌려주고 대여료를 받는 업종인데, 빌려주는 것이 바로 자기 자신이다. 하는 일은 단순하다.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일이다. 가끔 고객과 대화를 할 때가 있지만, 조언이나 우스운 이야기를 해주는 것도 아닌 그저 잡담에 응하는 수준에 그친다. 단지 고객들이 보자고 하면 만나 시간을 보낸 후 돈을 받는 그를, 고객들은 '미스터 렌털(Mr. Rental)'이라고 부른다.

9일(현지시간) 미국 CBS방송 등에 따르면 대학 졸업 후 쇼지씨는 여러 직업을 전전했다. 그러다 무직이던 2018년 그는 자신을 ‘게으름뱅이’라고 소개하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남자를 빌리세요(Do Nothing Rent-a-Man)’라는 계정을 개설했다. 그는 CBS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일에 나를 빌려준다. 다시 말해, 일과 관련해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를 찾았다. 지금까지 3,000회가 넘는 업무를 수행했고, 지금도 하루 3번 사람들을 만나 돈을 벌고 있다. 아무 말 없이 커피를 함께 마시고, 누군가의 생일에 초대받아 케이크를 나눠 먹고, 길거리 음악을 함께 듣고, 식당이나 쇼핑에 동행하는 등의 일이 대부분이다. 그저 고객과 말없이 그네를 타고 나서 돈을 받기도 했다. 그는 “어떤 사람들은 외로워하고, 어떤 사람들은 어딘가 홀로 가는 걸 부끄러워한다”며 “그런 사람들이 나를 고용한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25만 명가량이 그의 트위터를 ‘팔로우’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게 업무의 철칙이다 보니 절대 응하지 않는 요청도 적지 않다. 청소와 빨래를 같이 하자는 고객들의 요구가 대표적이다. 누드모델 제안, ‘귀신의 집’ 방문, 친구가 돼 달라는 등의 요구도 많았지만 ‘뭔가 해야 한다’는 이유로 모두 거절했다.

CBS는 “쇼지씨가 많은 후발주자를 자극하고 있다"며 이 임대업 종사자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2020년 일본 내 자살자 수가 11년 만에 최고에 달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일본에서는 최근 시민들의 고독과 고립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로움을 느끼는 일본인들이 많다는 점이 쇼지씨의 업무가 생겨나고 호황이 된 배경이라는 얘기다.

이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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