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정부 시위가 격화하고 있는 카자흐스탄에서 현지 정보기관 수장이 반역 혐의로 전격 체포됐다. 카자흐스탄 당국은 그가 반정부 시위와 연관된 것으로 보고 있다.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도 시위 사태와 관련해 외국으로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카자흐스탄 국가보안위원회(KGB) 공보실은 이날 “지난 6일 국가반역 혐의에 대한 자체 조사에서 카림 막시모프 KGB 위원장과 다른 인사들이 체포돼 구치소에 수감됐다”고 밝혔다. 카자흐스탄 KGB는 옛 소련 KGB를 이은 최고 정보기관이다.
막시모프 위원장은 지난 2007~2012년과 2014~2016년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 집권 당시 두 차례 총리를 역임했고, 2012~2014년에는 대통령 행정실장(비서실장)을 지냈으며, 2016년부터 KGB 위원장을 맡아왔다.
하지만 이번 대규모 반정부 시위 닷새째인 6일 내각 총사퇴에 뒤이어 해임됐다. KGB 제1부위원장 사마트 아비쉬도 7일 알마티에서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아비쉬는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의 조카다.
정보기관 지도부 인사 전격 체포에 현지에선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카심 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 정권을 몰아내기 위해 이번 시위를 기획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 고문을 지낸 예르무하메트 예르티스바예프는 전날 국영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알마티 시위 사태 기획자들이 토카예프 대통령 축출을 노렸으며, 정부 고위인사들이 개입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KGB가 산악 지역에 있던 극단주의 조직 훈련캠프를 지원했으며, 지난 5일 시위대들의 알마티 공항 공격 전에 공항 경비를 해제하도록 지시해 시위대를 도왔다고 밝혔다.
현지 매체는 이날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이 3명의 딸과 함께 이미 해외로 도피했다고 보도했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지난 5일 내각 총사퇴를 승인하면서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을 국가안보회의(NSC) 의장직에서 해임하고 직접 의장을 맡는다고 밝혔다.
카자흐스탄을 30년간 집권한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은 지난 2019년 대통령직에서 자진 사임했지만, 이후에도 NSC 의장직을 유지하면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일각에선 이번 시위 사태가 자신의 입지를 다지려는 토카예프 대통령과 기존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 세력간의 권력 암투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 2일 시작된 반정부 시위는 8일 오전에도 시위대와 군경간 무력 충돌이 이어졌다. 카자흐스탄 내무부는 이날 시위대 4,266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군경의 무력 진압으로 지금까지 시위대 사상자가 50명을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