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를 추적하던 경찰들이 무고한 시민을 범인으로 오해해 피해자를 몸으로 누른 후 발로 찬 것도 모라자 전기충격기까지 사용해 제압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2020년 5월 미국에서 백인 경찰관이 체포 과정에서 무릎으로 목을 눌러 흑인을 사망에 이르게 한 '조지 플로이드' 사건과 비슷한 일이 국내에서도 벌어진 셈이다. 경찰은 그러나 신분을 확인하던 중 피해자가 도망가려다가 넘어진 후 발버둥치는 모습을 보고 범인으로 오해했다고 해명했다.
7일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4월 25일 오후 완주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은 흉기를 들고 싸움을 벌인 혐의로 강력범죄 용의자를 쫓다가 부산역에 도착한 기차에서 내린 A(32)씨에게 신분 확인을 요구했다. 경찰은 완주군 도로에서 패싸움을 벌인 뒤 도주한 외국인 노동자 5명을 추적하던 중이었다.
전북경찰청과 공조에 나선 부산경찰서 소속 경찰 16명은 인상착의가 비슷한 A씨를 용의자로 착각해 체포하려고 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란 A씨는 요구에 응하지 않고 뒷걸음질치다가 바닥에 넘어졌다. 이 과정에서 A씨를 경찰들이 힘으로 누른 뒤 발로 차고 수갑을 채우려 한 것으로 파악됐다. 저항하는 그를 제압하고자 전기충격기까지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코뼈 등이 부러져 전치 4주 진단을 받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이후 경찰로부터 폭행을 당해 정신적·육체적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며 국민신문고에 해당 사건을 접수했다.
하지만 경찰은 '정당한 공무집행'이라며 정식 수사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완주경찰서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선의의 피해가 발생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하지만, A씨가 흉기를 소지한 용의자와 인상착의가 비슷해 신분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피해자가 발버둥을 쳤으며, 체포 거부를 저항 행위로 보고 범인으로 오해했다"면서 "용의자가 흉기를 들고 저항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기에 물리력 행사가 과도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A씨가 용의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경찰은 명함을 건네주고 공무집행 과정에서 발생한 피해에 대한 손실보상제도를 안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전북경찰청은 이 사건에 대해 보고 받았으나 해당 경찰관들에 대한 감찰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언론 보도를 통해 사건이 불거지자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겠다"는 입장을 뒤늦게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서 피해자에게 사과했고 손실보상제도에 대해 안내했는데 손실보상 신청은 들어오지 않았다"면서 "향후 피해자와 만나 현재 상태는 어떤지, 당시 왜 도망갔는지에 대해 확인해 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