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달 기댈 곳 쇼트트랙뿐이라고? 설상·썰매·컬링 "우리도 있다"

입력
2022.01.07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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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팬들에게 동계올림픽하면 떠오르는 종목은 단연 쇼트트랙일 것이다. 1992년 알베르빌 대회에서 김기훈이 한국 최초의 금메달리스트가 된 이후 평창 올림픽까지 24개의 금메달을 안긴 자타공인 메달밭이다. 하지만 태극전사들의 끊임 없는 도전으로 이번 동계올림픽의 볼거리는 더 풍성해졌다.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싹을 틔워 평창에서 세계를 놀라게 했던 설상·썰매·컬링 종목 선수들이 이제는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또 한번의 영광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가장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는 선수는 평창 은메달리스트 '배추 보이' 이상호(27)다. 2020년 어깨 부상 이후 긴 슬럼프를 겪었던 그는 2021~22시즌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월드컵에서 금메달 1개와 은메달 2개를 목에 걸며 종합 랭킹 1위로 완벽하게 부활했다. 눈이 쌓인 정선 배추밭에서 스노보드를 시작해 '배추 보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이상호는 평창 올림픽에서 한국 최초 스키 종목 메달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이제는 한국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세계 최고를 향한 금빛 질주를 준비하고 있다.


스켈레톤에선 평창 올림픽 개회식 때 오륜기를 들고 입장했던 정승기가 사고 칠 준비를 마쳤다. 최근 스켈레톤 월드컵 6차 대회에서 생애 첫 메달(동메달)을 따내며 '아이언맨' 윤성빈에 이어 한국 선수 역대 두 번째로 월드컵 입상을 이뤘다. 평창 금메달리스트 윤성빈도 올 시즌 10위권 밖에 머물고 있지만, 실전에 강한 승부사 기질은 여전히 위협적이다.

남자 봅슬레이 2인승 원윤종 팀도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 2일 월드컵 6차 대회 남자 봅슬레이 2인승 두 번째 경기에서 6위를 기록했다. 다만 평창 올림픽과 달리 홈 트랙의 이점을 누릴 수 없다는 것은 변수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베이징 올림픽 조직위원회의 폐쇄적 운영으로 봅슬레이·스켈레톤 등 경기장(코스)에 영향을 받는 종목에서 적응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개최국 자격으로 출전한 평창 올림픽에서 깜짝 은메달을 따내며 전 국민에게 감동을 안겼던 여자 컬링 4인조 '팀 킴(강릉시청)'은 컬링 종목에서 유일하게 베이징행 출전권을 획득하며 다시한번 메달에 도전한다. 지도자 가족의 갑질을 폭로하고 이후 소속팀이 바뀌는 등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스킵 김은정을 중심으로 더욱 단단해졌다. 임명섭 대표팀 감독은 지난 5일 베이징올림픽 D-30 미디어데이에서 "평창 올림픽은 말그대로 나라에서 보내준 대회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선수들 스스로의 힘으로 나가는 대회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의미가 있고, 더 책임감을 가지고 훈련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선영도 "평창 대회 이후 여러 일을 겪었지만 팀이 더 단단해지는 과정이었다. 준비한 것들을 좋은 결과로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최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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