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 도봉구도 꺾였다... 마포구 집값도 2년 8개월 만에 '하락 전환'

입력
2022.01.07 19:00
지난해 누적 상승률 서울 3위 도봉구 마이너스 전환
'똘똘한 한 채' 실수요 몰리던 마포구 아파트도 -0.01%

청년층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매수)' 수요에 힘입어 가파르게 상승하던 서울 도봉구 아파트 가격이 마이너스 상승률을 기록했다. 강남3구와 더불어 서울 주택 시장을 이끌던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중 마포구 아파트도 2년 8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지속된 집값 상승에 따른 피로감과 대출 규제 영향으로 매수 심리 위축이 시장 전방에 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7일 KB부동산의 주간주택시장동향 자료에 따르면 이달 3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5% 올랐다. 4주 연속 0.0%대 상승률로 지난 2020년 5월 넷째 주(0.05%) 이후 가장 낮은 오름폭이다. KB부동산은 "서울 매매가격 상승세가 전주(0.07%)보다 더욱 완화되면서 보합권에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지역별로는 도봉구(0.03%→-0.01%)와 마포구(0.06%→-0.01%)의 오름폭이 전주보다 각각 0.04%포인트, 0.07%포인트 줄면서 하락 전환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전주보다 떨어진 건 지난 2020년 5월 넷째 주 강남구(-0.02%)와 송파구(-0.02%)가 마지막이다. 도봉구는 2019년 6월 둘째 주, 마포구는 2019년 4월 마지막 주 이후 첫 마이너스 상승률 기록이다.

최근 도봉구는 비교적 저렴한 주택 가격 덕에 청년층에 서울 내 집 마련의 '마지막 보루'로 주목받으면서 집값이 빠르게 뛰었다. 지난해 3월 한 주에는 아파트 가격이 0.84%나 치솟으면서 서울 전체에서 가장 가파른 상승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 누적 상승률은 19.15%로 서울에서 세 번째로 높다.

반대로 마포구는 용산구, 성동구와 함께 '포스트 강남'으로 불리며 상대적으로 고가의 '똘똘한 한 채' 실수요가 쏠린 지역 중 하나였다. 지난해 11월 기준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한국부동산원)은 11억7,988만 원으로 서울에서 여덟 번째로 높다.

전문가들은 매수 심리 위축이 서울 시장 전반에 확산된 결과로 풀이한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도봉구는 최근 집값 급등 피로감과 대출 규제 여파로 청년층의 매수 열기가 가라앉았다"며 "마포는 재건축 기대감이 큰 타지역에 비해 특별한 개발 호재가 적고 대선 등을 앞두고 실수요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집값이 주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택 가격 하락세가 확산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양지영 소장은 "시장의 평균 상승률 자체가 마이너스로 전환되긴 쉽지 않겠지만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등 주택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요소가 최근 강해졌기 때문에 일부 지역·단지별로 가격이 떨어지는 곳들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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