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 10명 중 3명은 자신을 '수포자(수학포기자)'라고 생각한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특히 고교생 '수포자' 비율은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기초학력미달 학생 비율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교육걱정)과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일 국회 소통관에서 전국 초중고교생 3,707명, 초중고 수학교사 39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스스로 수포자라 생각하는가' 질문에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의 11.6%, 중학교 3학년의 22.6%, 고등학교 2학년의 32.3%가 '매우 그렇다' 또는 '그렇다'라고 응답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비중이 점점 불어나는 것이다. 또 지난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와 비교해보면, 수학교과의 기초학력수준미달 비율(중3 13.4% 고2 13.5%)보다 각각 1.7배, 2.4배 높다.
사교육걱정은 "매년 발표하는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서 수학 기초학력수준미달 학생 비율이 점차 증가하는 점을 감안하면 스스로 수포자라고 여기는 학생 증가 추이는 이보다 훨씬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나는 수학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질문에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의 44.9%, 중학교 3학년의 60.6%, 고등학교 2학년의 72.4%가 '그렇다'고 답했다.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수학 스트레스 비율도 더 높아지고 있다.
'학교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는 사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요'라는 질문에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의 75.8%가 '매우 그렇다' 또는 '그렇다'고 응답했다. 중학생과 고등학생의 경우 응답 비율이 83.8%, 86.7%까지 치솟았다. 사교육 걱정은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변별을 위한 고난도 문항이 출제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며 "학교 수업만으로는 이러한 평가에 대비할 수 없다는 학생들의 인식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분석했다.
초중고 수학 교사들은 학생들이 수학을 포기하는 주된 원인으로 '누적된 학습결손'을 꼽았다. 특히 초등 교사들은 초등 3학년 나눗셈과 분수, 5, 6학년으로 이어지는 분수의 사칙연산을 수포자 발생 시점으로 지목했다.
또한 고교 수학교사의 절반 이상인 51%는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킬러 문항'이 출제돼 수포자가 많이 발생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매우 그렇다' 또는 '그렇다'고 답했다. 킬러 문항은 변별력을 가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어렵게 출제하는 문항을 의미한다.
매해 불수능 논란이 불거지며 수능 체제 개편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고교 수학교사의 81%는 '현행 시험제도에서 개선이 돼야 한다'는 데 동의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제도 개선 방안으로는 '수능 수학시험 평가 제도를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바꿔야 한다'는 응답이 55%로 가장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