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대출 규제와 집값 하락 전망에 지방 아파트 분양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5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달 청약이 진행된 대구 아파트 단지에서 무더기 미달 사태가 발생했다. 12월 14~16일 입주자를 모집한 달서구 해링턴플레이스 감삼3차는 특별공급을 제외한 358가구 1·2순위 청약에 85명만 신청했다.
같은 달 달서구 빌리브라디체도 520가구 모집에 청약 신청자가 39명에 그쳐 미분양 주택 481가구가 발생했다. 달서구 두류 중흥S-클래스 센텀포레는 249가구 모집에 91가구가, 동구 동대구 푸르지오 브리센트는 759가구 모집에 356가구가 미분양 상태가 됐다.
대규모 미분양은 대구만의 일이 아니다. 경북 포항시 등 다른 지역에서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달에 분양한 포항시 북구의 포항 한신더휴 펜타시티 A2·A4블록, 남구 남포항 태왕아너스도 2순위까지 청약이 미달됐다. 경남 사천시의 사천 엘크루 센텀포레, 전북 익산시의 익산 더반포레, 전남 구례군의 구례 트루엘 센텀포레 등도 모집 가구수를 채우지 못했다.
집값이 꺾일 수 있다는 전망이 퍼지면서 청약 수요자들이 관망세로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강도 대출 규제와 더불어 올해부터 분양대금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적용되면서 분양시장이 침체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분양된 707개 아파트 단지 중 117곳(16.5%)에서 미분양이 발생했다. 이전 분기(8.8%) 대비 청약 미달 단지 비중이 2배 가까이 늘었다. 분기 기준으로 연중 최고치다. 미분양 단지는 모두 비수도권에 있다. 비수도권 분양 단지(439곳) 중 4분의 1 이상에서 미분양이 생긴 셈이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여전히 청약 경쟁률이 높지만 고점을 찍고 떨어지는 양상이다. 지난해 4분기 수도권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평균 17.49대 1이었는데, 이전 분기 경쟁률인 24.38대 1보다 큰 폭으로 줄었다. 최근 2년(8분기)을 따졌을 때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최근 주택 거래가 급감하고 가격도 일부 하락 전환되는 등 상승세가 꺾이면서 지역에 따라 청약 심리도 주춤해지는 모습"이라며 "올해 인기 지역에는 청약이 쏠리고 비인기지역이나 고분양가 단지는 외면받는 옥석 가리기가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