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합의된 동성 간 성행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들을 사면하고 전과기록도 일괄 삭제하기로 했다고 4일(현지시간) BBC방송 등 주요 외신이 전했다. 영국에서 동성애처벌법이 사문화한 데 따른 조치로, 수천 명이 명예를 회복하고 취업의 어려움을 덜 수 있을 전망이다.
프리티 파텔 영국 내무부 장관은 이날 "혐의를 적용할 법이 철폐됐으니 동성 간 합의된 활동에 대한 유죄 판결도 묵살하는 게 마땅하다"고 밝혔다. 이어 “사면 제도를 확대하는 것은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고, 영국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곳 중 하나라는 인식을 성소수자에게 심어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국에서는 남성 간 동성애처벌법이 사문화된 지 오래다. 잉글랜드는 21세 이상 남성 간 동성애를 처벌하는 법을 1967년 폐지했고,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도 각각 1980년, 1982년 폐지에 동참했다.
영국 정부의 이날 조치는 동성 간 음행, 남색 등의 죄목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남성을 사면하려고 10년 전 도입한 제도를 확대 적용한 것이다.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는 2012년부터 동성 간 성행위 때문에 처벌받은 이들이 전과 기록 삭제를 신청할 수 있었다.
남성 간 동성애를 강하게 처벌하던 영국은 이제 동성애에 관대한 나라 가운데 하나가 됐다. 잉글랜드·웨일스·스코틀랜드는 2014년, 북아일랜드는 2020년 동성결혼까지 합법화했다. 영국은 성소수자를 차별한 과거사를 바로잡는다는 취지로 관련 대책 발표를 이어갔다. 작년에는 성소수자가 박탈당한 훈장을 되찾을 수 있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