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 늦어지는 국민의힘, 尹 리더십 불신 커진다

입력
2022.01.0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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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윤석열 대선후보 선거대책위 재편을 두고 이틀째 혼란을 겪고 있다. 선대위 지도부가 총사퇴한 상황에서 윤 후보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간 갈등설에다 이준석 대표의 거취를 둔 장외 공방까지 맞물려 극심한 자중지란에 빠져든 모습이다.

이런 난맥상을 정리해야 하는 이는 당연히 윤 후보다. 하지만 그는 전날에 이어 4일에도 공식 일정을 중단한 채 숙고를 계속했다. 선대위를 총괄선대본부로 일원화해 후보 메시지와 정책을 관리하겠다는 김종인 위원장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며 조속한 결정을 요구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전날 후보 동의도 없이 선대위 전면 개편을 발표한 데다 공개 석상에서 “연기만 해달라”고 말한 데 대해 윤 후보가 분노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윤 후보로선 전권을 요구하는 ‘김종인 체제’에 힘을 실을지, 아니면 김 위원장을 배제하고 일명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불리는 측근들로 선거를 치를지 고심하는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가 어떤 방향을 선택하든 선대위 조직 개편이 위기를 해결해주는 비책이 될 수는 없다. 김종인 체제를 택하면 ‘상왕’ 논란이 나오지 않을 수 없고 반대로 김 위원장을 배제하면 윤핵관에 둘러싸여 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문제의 핵심은 ‘윤핵관’과 ‘상왕’ 논란 사이에서 윤 후보 자신의 리더십이 실종됐다는 점이다. 그동안 철학과 비전을 보여주지 못한 데다 선대위 구성 갈등마저 어설프게 봉합하며 질질 끌어왔던 탓이다. 윤 후보 측 인사들은 이준석 대표 탓을 하며 당대표 사퇴를 압박하고 있으나 2030세대가 윤 후보를 떠난 이유를 제대로 분석하지 못하면 해법 역시 나올 수 없다.

현재의 상황을 초래한 것은 김 위원장과 이 대표나 윤핵관이 아니다. 위기의 원인은 윤 후보이며 이를 극복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선대위 조직 개편을 두고 시간을 끌 이유가 없다. 이마저도 빨리 결정하지 못하는 것이 최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