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이 2년 7개월 만에 서울 시내면세점에 대한 신규 특허 공고를 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특허를 따내기 위한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했지만 2년간 불황에 시름한 면세업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관세청은 지난해 12월 29일 대기업 대상 서울 시내면세점 1곳에 대한 신규 특허 신청을 공고했다.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서울, 광주, 대전, 세종, 강원, 충남, 전북, 전남 및 경북 9개 지역 시내면세점에 대한 신규 특허 신청 공고도 냈다. 공고기간은 오는 5월 30일까지이고, 신청 접수는 같은 달 23일 시작한다.
대기업 대상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 신청 공고는 2019년 5월 이후 2년 7개월 만이다. 관세청은 2020년 7월 기획재정부 보세판매장 제도위원회가 대기업 대상 면세점 신규 특허권을 서울과 제주 1곳씩 추가하기로 의결했는데, 그간 특허 공고를 미루다 이번에 냈다는 입장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면세업계 불황과 제주 시내면세점 반대 여론 때문에 못 냈는데, 코로나19가 진정된 이후 여행 재개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며 "제주는 결정이 쉽지 않아 여론 추이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면세업계에서는 달갑지 않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외국인 관광객 급감으로 시내면세점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아 추가로 출점할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코로나19 직전인 2020년 1월 면세점 매출은 2조247억 원이었으나 지난해 11월에는 1조7,629억 원에 그쳤다. 그나마 '단계적 일상회복'의 영향으로 전월 대비 8.9% 증가한 매출이다.
매출 급감에 서울 시내면세점은 잇따라 문을 닫기도 했다. 지난해 7월에는 서울 반포 센트럴시티의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이 문을 연 지 3년 만에 폐점했다. 하나투어 자회사 SM면세점은 경영 악화로 특허권을 자진 반납하고 2020년 4월 서울 인사동의 면세점을 닫았다. 2019년 말 57개였던 국내 면세점은 지난해 말 48개로 줄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2년 전 결정 사항이 이번에 공고됐는데 시기적으로 애매하다"며 "올해 특허 기간이 만료되는 코엑스점은 연장할 예정이지만, 기존 점포도 고객이 없는데 신규 점포를 내는 건 어렵다"고 말했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도 "시내면세점을 신규로 하려면 부지도 구해야 하는데 고정비를 줄이는 상황에서 신규 출점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밝혔다.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가 가뜩이나 어려운 업계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2년 경제정책방향'에 따라 올해 3월부터 개정된 관세법 시행규칙이 시행되면 면세점 구매한도가 폐지되지만 1인당 600달러의 면세한도는 그대로 유지된다. 이 때문에 면세업 육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마당에 경쟁을 더욱 격화시킬 수 있는 결정이 어이가 없다는 것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운영하던 면세점도 닫고 있는데 누가 새로 하려고 하겠나"라며 "정부가 면세한도 상향 등 면세업 지원을 진지하게 고민해줘야 하는 상황에서 신규 출점 공고를 내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