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제가 델라웨어주(州) 출신인데 모든 사람들이 그곳의 가장 큰 산업을 화학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사실은) 닭, 영계예요. 수십억 달러 규모 산업이죠. 그 산업이 지원을 필요로 합니다.”
긴 연말 휴가에서 돌아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참석한 새해 첫 공식 행사는 ‘육류 가격 인하’를 위한 화상회의였다. 소규모 농장주와 목장주를 모아 최근 대형 육류가공업체가 끌어올린 육류 가격을 낮추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자리였다. 인플레이션 억제와 대기업 시장 독점 견제 두 가지 토끼를 노렸다는 분석도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회의에서 “육류산업에선 4개 대기업이 소고기, 돼지고기, 가금류 시장의 절반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너무 많은 산업에서 소수의 거대 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그들은 너무 자주 소규모 경쟁자들을 몰아내고, 새로운 기업가를 억누르며, 우리 경제를 덜 역동적으로 만든다”고 성토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대형 육류업체) 타이슨과 퍼듀가 닭 사육 농가에 손실 부담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은 현대의 소작농으로 묘사돼 왔고 여러 소송으로 이어졌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미국에선 4대 대형 육류업체가 소고기, 돼지고기, 가금류 시장의 85%, 70%, 54%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또 지난 1년간 미국 내 육류 가격은 16%나 올랐다. 일부 업체의 시장 독점이 가격 인상을 가져왔다는 게 바이든 대통령과 백악관의 인식이다. 육류를 시작으로 생활물가를 잡아 인플레이션을 제어하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소규모 육가공업체에 10억 달러(약 1조2,000억 원) 지원, 농부 목장주 생산업자 등을 보호하기 위한 법 개정, 시장 독점 견제를 위한 기존 경쟁법의 강력한 시행 등을 약속했다. 또 수입된 육류라도 미국에서 가공만 하면 미국산으로 표기하던 현행 규정 전면 검토도 미 농무부는 준비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주무 장관인 톰 빌색 농무장관은 물론 메릭 갤런드 법무장관도 배석했다. 육류산업을 시작으로 미국 대기업의 시장 독점을 손보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경쟁 없는 자본주의는 자본주의가 아니다. 그것은 착취”라고도 했다.
WP는 “이 모든 것은 바이든이 진보적인 경제정책 아이디어를 채택하는 데 있어 놀랄 만큼 개방적이라는 또 다른 중요한 발전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온건 중도로 분류됐던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진보그룹과 손잡고 일부 대기업의 시장 독점과 싸우는 데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