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플랫폼 연 거래액 '1조 시대'...무신사 끌고 지그재그·W컨셉 뒤따르고

입력
2022.01.03 19:00
13면
온라인 패션 플랫폼 연간 거래액 30~40% 증가
대기업 참전하며 새로운 판... 경쟁 치열해질 듯

MZ세대의 '패션 성지'가 된 온라인 패션 플랫폼들이 코로나19 이후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고 있다. 2020년 무신사가 처음 연간 거래액 1조 원을 넘긴 데 이어 지난해에는 카카오가 인수한 '지그재그'까지 1조 원 능선을 넘었다.

카카오스타일은 지그재그가 지난해 여성 패션 플랫폼 중 처음으로 연간 거래액 1조 원을 돌파했다고 3일 밝혔다. 2020년 거래액이 7,500억 원 수준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연간 증가율이 33%에 달한다. 지난 6년간 지그재그 누적 거래액(3조 원) 중 3분의 1이 2021년에 발생한 셈이다. 카카오스타일은 지난해 카카오가 지그재그 운영사 크로키닷컴을 인수합병하면서 7월 출범했다.


패션 플랫폼의 '폭풍 성장'은 지그재그에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해 '29CM'와 '스타일쉐어'까지 인수하며 독보적인 업계 1위로 자리매김한 무신사는 지난해 목표액(1조6,000억 원)을 훌쩍 뛰어넘어 거래액 기준 40%가량 성장을 이룬 것으로 추정된다. 무신사 관계자는 "상반기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했고, 무신사스토어 회원 수도 2020년 말 783만 명에서 지난해 8월 900만 명을 돌파하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무신사라이브와 무신사부티크 등 사업 영역을 확장한 만큼 좋은 성과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치열한 경쟁 끝에 신세계가 인수한 W컨셉 또한 큰 폭의 성장이 예상된다. 3분기까지 누적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33% 늘어난 2,058억 원에 달했는데, '패션 성수기'인 4분기까지 포함하면 지난해 연간 거래액은 3,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2030직장인 여성을 주요 타깃으로 디자이너 브랜드 라인업을 구축한 W컨셉은 명품과 오프라인 판매 위주였던 신세계와 패밀리십을 구축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낸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수차례의 인수합병을 통해 대기업까지 참전하면서 새로운 판이 형성된 온라인 패션 플랫폼 시장은 올해부터 본격적인 경쟁을 예고했다. 스트리트 패션을 주로 취급하며 1020남성 위주로 큰 인기를 얻은 무신사는 29CM 등 여성 패션 플랫폼 인수로 영역을 넓혔고, W컨셉은 반대로 남성 패션관을 더욱 키우고 있다. 지그재그는 CJ대한통운과 손잡고 밤 12시 전까지 상품을 구매하면 바로 다음날 받을 수 있는 '직진 배송'을 지난해 6월부터 제공하고 있다.

이 밖에도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가 지난해 620억 원, '브랜디'는 1,000억 원에 달하는 투자를 유치하면서 호시탐탐 선두 자리 탈환을 노리고 있다. 에이블리는 지난해 상반기에만 전년 동기 대비 거래액이 73%나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고, 네이버에서 직접 투자를 유치한 브랜디의 경우 일본 진출도 노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패션업계가 전반적으로 침체됐다고는 하지만 모바일 쇼핑에 익숙한 MZ세대를 중심으로 큰 폭의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며 "내년에도 성장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곽주현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