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도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여, 올해 물가 관리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국제 유가와 곡물가 상승 등 대외 요인이 물가를 자극하고 있는 데다, 2분기에 공공요금 인상도 예정돼 있어 인플레이션 압력이 갈수록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2%로 내다봤다. 지난해보다 0.3%포인트 낮지만 한국은행의 물가안정관리목표(2.0%)를 웃도는 수준이다. 물가상승률이 2년 연속 2%대를 기록한 건 2012년 이후 처음이다.
물가불안이 계속되자 정부도 적극 대응에 나서고 있다. 부처별로 소관 품목을 책임지는 물가 부처책임제를 도입하고, 설 민생안정대책도 예년보다 일주일 빠른 설 명절 4주 전에 발표하기로 했다.
그러나 지난해는 물론, 올해도 물가를 위협하는 요인이 주로 대외 부분이란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조치의 실효성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해 물가 상승률 중 석유류를 포함한 공업제품과 농축수산물의 물가 기여도는 60%에 달했다.
지난달 초 60달러대까지 떨어졌던 국제유가만 해도 배럴당 80달러 코앞까지 치솟았다.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거란 전망이 나오는 등 올해도 이 같은 분위기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국제곡물가격 상승세도 심상치 않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집계한 지난해 11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1.2% 상승한 134.4를 기록했다. 4개월 연속 상승하며 10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한국은 밀·옥수수·대두 등 상당수 곡물을 수입에 의존하는 만큼 국제곡물가격이 뛸 경우 국내 밥상물가는 오를 수밖에 없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수입 곡물 가격이 10% 상승하면 국내 소비자물가는 0.39% 오른다. 농산물 가격 상승이 전반적인 물가 상승을 압박하는 ‘애그플레이션’ 우려가 여전하다는 것이다.
인상을 앞둔 전기·가스요금도 물가불안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정부는 올해 1분기까지 공공요금 동결 방침을 세웠으나, 원료비 부담을 이유로 전기·가스요금을 올리기로 했다. 전기요금은 오는 4월과 10월, 가스요금은 5월, 7월, 10월 등 단계적 인상이 예고돼 있다. 물가를 구성하는 상품·서비스의 원재료 격인 공공요금이 오를 경우 이들 품목의 가격 역시 상승하게 된다. 게다가 지하철·시내버스·택시 등 대중교통 요금과 상하수도 요금 등 지방 공공요금 인상 요구에도 불을 지필 수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공급측 물가 상승 압력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우는 상황”이라며 “인플레이션이 실물경제 침체로 이어지는 걸 막기 위해 물가안정과 실물경기 회복을 모두 고려한 거시경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